쪽파 가격이 이 정도면 정말로 합리적?
한국에서 쪽파 한 단이 2만 원이 넘는다는 글을 브런치에서 보고 놀랐던 밤. 파김치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렬하게 들어서 더 놀랐다. 파김치에 짜파게티...
그럼 만들어 먹자. 일단 장보기부터. 런던에선 쪽파를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비슷한 걸로 웨이트로즈에서 파는 샐러드 어니언으로 대체 가능. 쪽파보다는 조금 더 굵고 질긴 느낌이 있으나 이 정도면 준수하다.
웨이트로즈에선 대략 열 뿌리씩 묶어서 판다. 이 날은 한 묶음에 0.88파운드. 이번에 우린 네 묶음을 3.52파운드에 샀다. 환율을 파운드 당 1,800원 잡으면 대략 6,300원 꼴. 쪽파 가격이 이 정도면 합리적일까?
내친 김에 김치통도 사자. 두 개에 5.2파운드. 어쩜 저렇게 파 길이에 딱 맞는지. 대만족.
양념부터 만들자. 어렵지 않다. 우리에겐 서울에서 모셔온 새미네가 있다. 모셔오는 동안 가방 안에서 상자가 찌그러졌...김치 양념과 고춧가루가 들어 있는 김치 키트. 파만 준비하면 절이는 과정 없이도 먹을 만한 김치가 뚝딱이다.
<<이 글엔 일절 협찬 없음. 다 내돈내산. 앞광고 뒷광고 옆광고 절대 환영!>>
새미네는 액상 양념에 고춧가루만 넣으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양파와 당근을 좀 썰어넣는다. 맛도 맛이지만 색깔과 모양을 위해. 그리고 감칠맛을 좀 올리기 위해 미자 언니네 액젓도 소환! 맛있으니까 프리미엄이겠지,라고 생각하자.
준비한 재료를 잘 섞어주면 양념 준비는 끝. 맛있어져라. 파 씻는 동안 더 맛있어져라.
파를 씻고 뿌리 잘라내고 잎 끝부분도 좀 다듬어주니 모든 준비는 끝났다. 김치통에 파를 한 층 깔고 뿌리쪽을 중심으로 양념을 끼얹어준다.
곱다 고와. 당근을 썰어넣은 나를 추앙해. 층층이 파를 깔고 양념을 끼얹은 뒤 통깨 소나기로 마무리. 파김치 한 통이 완성됐다.
그런데 양념이 애매하게 남는다. 이럴 땐 당황하지 않고 냉장고에 있던 배추를 몇 잎 뜯어서 버무려보자. 여기선 배추를 왜 차이니즈리프라고하는가. 설날도 차이니즈뉴이어라고 하더니. 서경덕 교수는 뭐 하는가. 영국에 와서 저 차이니즈 표기 좀 바로잡지 않고?
아무튼 웨이트로즈에서 배추는 한 포기에 1.5파운드 한다. 제일 묵직한 놈으로 골라다가 김치도 만들고 된장국도 끓이고 머 그러는데. 마침 국 끓이고 남은 놈이 있으니 샐러드 스타일로, 가볍게 먹을 만한 김치를 뚝딱 만들자.
배추 쫑쫑 썰고 양념 고루 비벼주면 끝,이어야 하는데. 이번엔 양념이 애매하게 부족하네? 더 만들 수는 없으니 미자언니 급소환. 액젓을 좀 넣으면 싱겁지는 않겠지. 색깔도 허여멀거니까 안 되겠다. 고춧가루도 두 숟갈 팍팍. 파 좀 썰어넣어서 모양 내고요. 마무리는 역시 통깨 샤워.
요렇게 값싸고 간편하게 김치 2종 완성. 성공적.
보람찬 하루입니다. 급 끼어든 아일랜드 위스키로 조촐한 뒤풀이.
아 그리고 뿌리 쪽을 하나만 좀 길게 잘라서 화분에 심어두자. 돈이야 얼마나 아끼겠냐만, 저게 의외로 쑥쑥 자라서 재미가 있다. 쌀 씻은 물은 이틀 사흘에 한 번꼴로 부어주기만 하면 부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맞으며 쑤욱쑥 올라온다. 먼저 심어둔 두 뿌리는 벌써 여러 번 잘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