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운명을 거부하는 삶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인생영화 글에서 빼먹고 말하지 못한 영화. 가타카를 인생영화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인생영화 글에서 다루었던 것보다는 좋다고 부를만한 영화다. 좋아하는 걸 생각해! 말해! 하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때 당시에 당장 생각이 안 났던 것 같은데 정말 좋은 영화고 살면서 한 번쯤은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떠오른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는 한 번 더 보고 나서 브런치 글을 쓰도록 하겠다.
가타카라는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꽤 단순하다. 최근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드라마가 공개 됐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한 회사의 건물 내부가 굉장히 미래지향적이었고 가타카 영화가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어 저거 가타카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면서 영화 가타카가 생각나게 되었다.
가타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생 때 유전자에 대해서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사이토신(C)에 대해서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유전자에 대해서 배우면서 유전공학이나 유전자 가위등의 대해서 부가적으로 배우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가타카라는 영화가 이 내용을 잘 담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영화를 보여주시진 않았는데 가타카라는 영화에 흥미가 돋아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해봐야 iptv에서 제공하는 영화 카테고리 밖에 없어서 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굉장히 어려운 경로로 찾아보았다.
가타카는 1997년에 개봉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상미가 현재 영화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을 듯한 영상미가 영화를 인상 깊게 만드는데 한몫한 것 같다. 배우들의 외모도 누구 하나 촌스럽지 않고 우아하며 옷차림도 깔끔하니 화질만 좋다면 최근에 개봉한 영화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수학과 과학을 이해하는 머리가 떨어지고 역사와 사회학, 철학, 지정학에 흥미를 느끼는 인문학도인 나지만 나는 꽤나 우주와 과학에 흥미를 보이고 필사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론이나 개요 정도만 이해하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SF장르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가타카도 그런 의미에서 흥미가 당겼었다.
작중에서 주인공 빈센트는 유전자 공학 시술을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그는 열성으로 분류되며 하찮게 여겨지는 일들을 하고 산다. 반면에 유전자 공학으로 질병과 외모등의 결함 없이 태어난 우성 사람들은 지적인 일을 하며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하고 살게 된다. 그중 하나가 빈센트가 하고 싶어 하는 우주탐사 작업이다. 그래서 자신과 외모가 비슷하지만 비밀리에 불구가 되어버린 우성 인물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
빈센트는 자기에게 주어진 열성의 유전적 운명을 거부하고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마지막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게 되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열성의 운명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그는 운명을 거부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장이 약해 오래 뛰면 안 되지만 20분을 의지로 달려내고 동생과의 바다수영 내기에서도 이긴다. 이런 과정에서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영화의 세계관은 유전자로 삶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세상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삶이라는 것은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것인지 깨닫게 된다. 주어진 것을 거스르고 거부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동시에 우리 모두가 선망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무기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일지라도 어느 순간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 모두 저런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SF영화는 과학 그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SF영화에서만 얻을 수 있는 철학적인 무언가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발전으로 차가워진 세상 속에서 삶을 어떻게 구성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그렇다. 이 영화도 비슷한 부분에서 삶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전 공학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운명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내 삶을 사는 주체는 나임을 깨달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인 가타카(GATTACA)는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사이토신(C)을 재결합해 만든 하나의 유전자 배열일 뿐이다. 고등학교 생명과학을 배우면서 어쩌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30억 개의 DNA 중에는 GATTACA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리는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반과 반이 결합된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난다. 그렇지만 우리의 운명은 엄마도 아빠도 유전자도 정해주지 않지 않았는가? 열심히 우리의 삶을 살아 나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