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영혼이라도 팔게요
아빠 외출하고 언니도 약속에 나가고 엄마랑 나만 집에 남았다. 둘이서 밥 먹으면서 영화나 보기로 하고 뭘 보지 골랐다. 약간 예술충 기질이 있는 나는 너무 뻔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를 구경하다 보니 악마와의 토크쇼라는 영화를 발견했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그걸 보기로 하고 저녁 먹을걸 포장해 와서 엄마랑 둘이서 봤다.
전체적인 내용은 나쁘지 않지만 뭐랄까 전개가 좀 루즈했다. 일단 방송에서 휴식시간을 가지는 주기가 너무 짧고 잦았다. 이 점은 영화의 상황설명을 위한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말부가 너무 휘몰아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쌓아온 긴장감에 대한 기대감이 좀 식어버리기도 했다. 사실 결말부가 최근 영화의 큰 고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1,2막에서 쌓아온 텐션을 좀 한순간에 휘몰아 해결해 버리는 결말부에 항상 김이 식곤 했는데 이 영화도 좀 그런 경향이 있었다. 마지막 10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영화가 너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영화의 형식은 꽤 새로웠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 토크쇼 스타일로 진행된다. 호스트가 있고 방청객이 있고 게스트 몇 명이 나와서 대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스타일인데 197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아날로그 한 화면비율이나 화질구현 같은 점에서 새로운 느낌이 있었고 빈티지스러운 미장센도 몰입하는데 한몫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자료화면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못 느꼈지만 알고 나니 인공지능이 만든 느낌이 있다고 느껴졌다.
호러 영화지만 무서운 장면은 적고 오히려 약간 징그러운?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좀 있지만 그 외에는 많이 뭐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내가 가장 무서웠던 건 체내에 악마가 봉인되어 있다는 설정에서 나오는 릴리라는 여자아이였는다. 이 소녀는 무언가 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걸음걸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 같은 것들이 왜인지 무서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소녀의 무언가 경직된듯한 태도와 기묘한 태도는 어떤 사건을 일으킬 것만 같다는 긴장감을 계속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부가 휘몰아치고 결말이 나왔을 때 그동안 잡고 있던 긴장감이 좀 허망해지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매긴 평점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건 좀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그럴만한 위치가 아니기도 해서 그냥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6-7점 정도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평론가 평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평론가들이 나랑 비슷한 점수를 줘서 나도 오늘은 내 평을 공개해 보려고 한다. 잘 주면 7, 그냥 주면 6. 6점인지 7점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그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다. 약간 재미없는 영화도 잘 본다 하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