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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스킨

피부 아래 있는 진짜 나

by 아피

이 영화도 학교 수업시간에 봤다. 내가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예습하려고 미리 영상까지 찾아보고 갔는데 찾아보고 가서 이해를 잘할 수 있었던 건지 아니면 찾아보고 가서 지루하게 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가 꽤나 불친절하고 추상적인 편이어서 그냥 봤다가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오로지 해석만 남을법한 영화다.


영화에서는 전체적인 설정조차 알려주지 않고 대사도 영화의 흐름에서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인공의 행동만 보게 되는데 이런 난해함을 다 같이 논의하는 재미가 있었다. 기본적인 해석은 여자가 외계인이고 모종의 이유로 남자들을 사냥하고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다르게 행동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특별한 감상은 잘 안 들었는데 아마 너무 추상적인 영화를 봐서 그러 것 같다. 약간 시네필적인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영화였다. 일반 관객 평보다 평론가 평이 더 좋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고 했던 작업 중 하나는 표면상의 의미와 내면의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음악소리에 맞추어 식탁에 손가락을 두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표면상으로는 클로즈업으로 테이블과 손가락을 잡은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여자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을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런 함의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석을 얘기하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가 좀 일반적이지 않고 추상적이기도 해서 딱히 쓸 말이 많이 없는 것 같지만 지루하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이라면 다 같이 모여서 본 후에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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