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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새로운데 새롭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by 아피

'봉준호 감독 신작'이라는 이유는 영화관에 가기에 너무 충분한 이유 아닌가? 미키 7 판권을 사서 그거로 영화를 만든다는 거는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아서 나에게는 미키 17이 사실상 새로운 영화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기대한 새로움은 별로 없었다. 물론 새롭긴 했지만 기생충처럼 쇼킹한 무언가를 원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개인적 감상으로는 '설국열차와 옥자를 합친 영화에 기생충 음악을 입혔다'였고 뭔가 이전에 한번 봤다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영화였다. 영화적 완성도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좋았지만 뭔가 연출과 시나리오에서 그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미키 17에 나오는 대통령 부부가 있는데 그 부부가 굉장히 현대 정치인들과 좀 비슷한 모습이 있어서 웃겼다. 아내가 조종하는 대통령 이라니... 이런 사람들 많지 않은가? 그리고 대통령 부부의 성이 '마셜' 인 것도 참 신기했다. 분명 한참 전에 각본과 촬영을 끝낸 영화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러지 싶긴 했다.


미키 17에서 좀 의아했던 점은 각 버전의 미키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런 차이점이 17과 18에서 두드려지는데 17은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반면에 18은 좀 화끈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차이점이 영화를 전개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같은 사람을 복제했는데 왜 다르지?라는 의문점은 남았다. 그래서 미키 17이 했던 대사 중 하나가 인상 깊었다. '이제까지는 죽어도 내가 이어지는 것 같았는데 더 이상은 그런 것 같지 않아서 죽기 싫다'라고 대사가 있었는데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깊은 생각에 들게 했다. 사실 복제인간 하면 하는 생각이 그런 것 아닌가? 이 사람이 원래 사람과 같은 사람일지 똑같은 윤리적 적용을 할 수 있을지 그런 딜레마 같은 것들 말이다.


미키 17에서 두 미키는 서로 다르다고 인식하지만 결국 하나의 미키이기 때문에 서로의 기억과 감정을 나누고 있다. 나의 생각은 아니고 후기를 찾아보다 본 다른 이의 의견인데 결국 미키 18은 미키 17을 가장 위한다는 점이 아름답다고 했다. 정확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를 자세히 보기는 해리포터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미키 연기가 내가 생각한 로버트 패틴슨과는 많이 달랐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극적인 미키의 모습을 잘 연기한 것 같았다. 누구들은 로버트 패틴슨을 송강호처럼 만들어 놨다고 하지만 난 그런 건 잘 못 느꼈다. 그냥 좀 많이 수척하고 지쳐 보이는 로버트 패틴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카이라는 캐릭터가 후반부에 잘 살려지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중반까지는 꽤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후반부에 좀 흐지부지 되었다.


새롭지 않은 듯 새로운 영화였는데 그래도 요즘엔 이만한 영화 없지 싶다. 나는 8점을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감독의 영화니까 꼭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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