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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빌 시리즈

오마주 범벅 B급 일 것 같은 S급 영화

by 아피

학교에서 영화 수업을 듣다 보면 교수님이 자료화면으로 주로 많이 사용하는 영화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특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가 많이 보였다. 사실 시네필 수준의 관객은 아니어서 이름난 감독들의 영화를 모두 찾아보지는 않는데 킬빌은 한번 봐야지 싶기도 했고 마침 넷플릭스에서 곧 내려간다고 해서 시간 날 때 한편씩 봤다.


이전에 들었던 말 중에 그냥 봐도 재미있는데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내 생각에는 킬빌이 이 문장에 부합하는 영화인 것 같다. 오마주로 가득 찬 영화라고 하지만 오마주를 하나도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일단은 내용의 구성이 매우 짜임새 있고 몰입도가 좋아서 그냥 보더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그리고 알고 킬빌에 나오는 오마주가 무엇인지 알고 보면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있을걸 생각해 보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1편과 2편에 대한 감상이 약간 다르다. 1편은 화려한 액션과 비주얼이 오락적으로 재미있고 흥미가 느껴진다면 2편은 내용적인 면에서 더 깊은 인상이 남는다고 할 수 있다. 1편에서 등장하는 음악, 일본도를 사용해 싸우는 우마 서먼의 모습은 금발의 백인이 일본의 사무라이의 모습을 재현하는데서 오는 흥미를 주고 크레이지 88과 싸우는 액션씬은 너무 난잡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워 보이도록 촬영한 점에서 이목을 주목시킨다. 1편의 마지막 장면인 오렌 이시이와의 대결에서도 일본의 정갈한 정원에서 두 사람의 조용한 칼싸움 소리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도록 하는데 이런 연출에서 뛰어난 감독들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2편에서는 버드와 엘에 대한 복수가 직접적인 살인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 일단 한 명이 본인이 죽여버리기도 전에 죽어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눈을 뽑아버리는 것 만으로 복수를 대신했는데 과연 이것이 주인공이 주고 싶은 최고의 고통을 준 복수인가 싶었다. 그래서 이 점은 아쉬웠는데 빌과의 조우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초반부터 피 터지는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다르게 두 사람에게 주어지는 평화로운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 유연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은 매우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마주 범벅의 코믹영화 같지만 생각보다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주는 것에서 S급 영화라는 칭호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고고였는데 일본 여고생이 철퇴를 휘두르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신선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엘이 휘파람을 불면서 병원에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소름 돋으면서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다. 휘파람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찾아볼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별점을 주자면 9점 이상을 주고 싶다. 10점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기 때문에 9+ 점이라고 하겠다. 확실히 9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느꼈다. 잔인한 장면도 더러 있지만 나는 꽤 볼만한 영화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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