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트 <행성>

행성 모티브 관현악 모음곡

by 아피

최근에 라디오를 듣다가 푹 빠져버린 곡이 하나 있다. 바로 구스타프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이다. 환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면서도 통통 튀고 유쾌한 느낌이 나는 동시에 진중하고 웅장한 맛이 느껴지는 꽤나 재미있는 곡이었다. 이 곡이 너무 인상 깊어서 홀스트의 행성 전곡을 들어 보았는데 음악의 스토리와 전개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동안 하루 종일 듣고 있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냥 듣는 것 보다도 작품 안에 얽힌 이야기를 같이 들으면 더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행성의 순서는 '수금지화목토천해'라고 알고 있지만 이 작품은 점성술을 기반으로 한 음악이라서 악장의 순서도 '화금수목토천해'순서로 전개된다.


화성은 약간 혹성탈출 같은 느낌이 난다. 그 느낌이 무엇이냐 하면 무어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뭔가 혹성탈출 같은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음악이 나온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그냥 그런 느낌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아니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의 도입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무언가 파괴적이고 공격적이고 강렬한 느낌이 전개된다. 실제로도 전쟁을 부르는 자라는 부제목을 가지고 있다.


금성은 일반적인 Venus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우아하고 유연한 음이 등장한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져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목성 다음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장이다. 듣고 있으면 선잠에 빠질 것만 같은 곡이어서 단독으로 듣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지구는 점성술의 대상이 아니라서 포함되어 있지 않고 수성이 등장한다. 수성은 금성보다는 활기차고 목성보다는 잔잔한 편인데 굉장히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굉장히 좋아하는 악장은 아니지만 금성에서 목성으로 넘어가는 그러데이션 같은 느낌을 준다.


목성은 아마 홀스트 행성 중에 가장 유명할 것 같다. 나도 전체 중에 이 악장을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게 들었다. 통통 튀고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목성이라는 느낌보다는 거대한 바닷속 같다는 인상을 더 깊게 받았는데 고래와 해파리가 함께 춤을 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 번은 수영장에 가서 이 음악을 틀고 다 같이 수영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 홀로 머릿속에 음악을 틀어두고 수영한 적도 있었다. 근데 나름 재미있으니까 수영하는 분이 계시다면 한번 해보시길... 정말 재밌다.


토성, 천왕성, 해왕성으로 넘어갈수록 머나먼 우주로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점점 오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해왕성 부분에서는 여성 중창단의 음성이 들리면서 나름 섬뜩해지는 느낌도 받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행성 사진이 막 떠오르면서 약간 소름도 돋는 것이 재미있는 곡이다.


각 행성마다 음악을 붙인 것도 재미있는데 그게 또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랑 나름 잘 어울려서 듣는 재미가 있다. 하나씩 들어도 좋고 전체를 듣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어서 이렇게 들어도 저렇게 들어도 좋은 곡이었다. 이 음악에 꽤나 감명받아서 더 클래식 책에 홀스트의 곡이 실리지 않은 게 꽤나 아쉬울 정도였다. 원래 클래식 음악은 새로운 음악을 하나 시작하는데 오래 걸려서 많이는 못 쓰겠지만 다음에도 좋은 곡이 있으면 감상을 몇 자 적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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