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을 가로지르는 운동 ; 수영하기

음치 박치 몸치라도 괜찮아

by 아피

지난 3월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 1여 년 정도 배우고 그만둔 지 10년이 다 되었는데 수영을 하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욕망이 몇 년 전부터 피어오르더니 최근에 괜찮은 기회가 생겨서 수영을 다시 배우고 있다. 새로 다니는 대학 재단에서 캠퍼스 안에 수영장을 운영 중인데 재단 안에 있는 학교 학생이면 반값에 수영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서 매일 밤 9시에 수영장을 다니고 있다. 수영장 등록하는 시기가 되기도 전에 신나서 수영복과 수모와 수영가방을 사고 신나는 마음으로 수영장에 다닐 준비를 했다.


강습 첫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발가벗고 돌아다니고 다 같이 샤워하고 그런 모습이 정말 너무 어색하고 민망했는데 이제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그냥 당당히 돌아다니면서 내 할 일이나 하고 다닌다. 또 첫날에는 어디서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쭈뼛거렸는데 지금은 알아서 자유형도 하고 몸도 풀고 사람들이랑 담소도 나누면서 준비운동 할 준비를 한다.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말을 걸면 다들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받아주는 눈치다. 낯은 가리지만 말하는 건 좋아하는 건지 좀 친해졌다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냥 말부터 걸고 보는데 이러면서 수영장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모임이 있고 선생님 떡값을 걷고 그런 곳은 아닌 것 같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왜수영장이 이상한 모임의 공간이 되는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첫날에는 발차기랑 숨쉬기를 가르쳐 주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머리 너무 많이 넣지 말라고 했다가 그다음 날에는 또 더 넣으라고 했다가 하셔서 적절한 머리 넣는 정도에 대해서 고민하게 했고 내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같은 네 명 중 나만 혼자 따로 빼서 물에 뜨는 방법이라며 다른 교육을 시키셨다. 그랬는데 눈 깜짝할 새에 나는 킥판을 떼고 자유형을 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지리고 다니다 보면 숨은 차지만 잡생각도 사라지고 재미도 있다. 나는 원체 성격이 급하고 걸음도 빠르고 질주 본능도 있는 터라 속도가 제일 잘 나는 자유형을 가장 좋아한다.


배영과 평영 발차기를 배우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는데 원래는 중급반에 올라갈 실력이 아니었지만 신규 회원이 북적거린다는 이유로 선생님은 나와 어떤 동기 아저씨 한 분을 중급반으로 올려 버리셨다. 그러고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 수 있어요, 파이팅!" 어머나.... 저런 무책임 발언을 하신다고??? 하면서 중급반에 올라갔는데 자리를 잘못 잡아서 두 번째로 달리게 되었고 중급반 선생님께 오늘 처음 왔다고 하니까 그분은 또 "젊으니까 할 수 있어!" 하면서 무한 질주를 시키셔서 나는 정말이지 그날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날 나의 짧은 어휘력을 깨달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유연하지만 몸치이고 박치여서 평영과 접영이 꽤 어렵다. 평영은 손이 안되고 접영은 웨이브가 안된다. 같은 반에서 나와 뻣뻣함으로 1,2등을 다투는 또래 남자분이 한 분 계신데 선생님은 나와 그분을 짝꿍 지어 두시고 "둘이 같이 있으면 마음 편하죠?"라고 하셨다. 근데 진짜로 둘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긴 하다. 일단 그분이 나보다 뻣뻣하시고 생각보다 나보다 빠르지 않으셔서 요즘엔 본능적으로 그분을 찾아다니고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둘이 있으면 덤 앤 더머가 되는 느낌이지만 수영 선생님은 우리에게 화내지 않으시고 내가 수영선수 할 것도 아니니까 그냥 모르면 다 물어보고 안되면 안 된다고 하고 지낸다.


중급반 선생님은 내가 느리다고 항상 뒤에서 출발하라고 하시는데 3월부터 처음 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잘하는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10년 전에 하다 관뒀다는 말을 빼고 말했지만 그냥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평영과 접영은 정말 처음 배운 게 맞다.


매일 밤 9시에 50분씩 수영하는데 밤에 수영하면 좋은 건 밤에 잠이 잘 온다는 거다. 원래 자다가 새벽에 한두 번씩 깨는 편인데 수영을 배우고 나서는 그런 빈도가 꽤나 줄었다. 특히 의도치 않게 중급반으로 올라간 날에는 말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밤 10시가 넘어서 샤워까지 다 하고 나오면 정말 배가 고프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뭘 먹어도 간단한 것만 먹고 제대로 먹지는 않으니 살이 빠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가족들도 그렇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면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고 묻는다. 사실 나는 나를 매일 보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체중계와 사람들은 살이 빠진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 강습 갈 때는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한 초록색 원피스 수영복을 사서 갔는데 같은 반 사람들은 전부 검정에 다리가 달린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나만 컬러 수영복을 입고 있어서 적잖이 당황했는데 높은 반 사람들은 나보다도 휘환찬란한 수영복을 입고 있어서 남의 수영복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나도 한 달 이상 같은 수영복을 입고 다니다 보니 옷이 늘어나기도 하고 운동할 때 물이 차는 느낌이 들어 새 수영복을 구경하고 있는데 자연히 화려한 수영복에 눈이 가는 걸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화려한 수영복을 입는 사람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수영은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강습받으면서 뺑뺑이를 도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은 게 혼자 하다 보면 별로 재미가 없다. 빨리빨리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그냥 느슨한 마음으로 한다. 한 번은 자유수영 날에 키가 큰 남자가 무서운 속도로 나를 쫓아오기에 그 경쟁심으로 미친 듯이 운동했고 그날부터 나는 그를 라이벌로 삼고 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분은 초급반 에이스에서 중급반 초급반 에이스가 되었다. 나는 그냥 회원님이다.... 사람들이 모두 왜 키 큰 남자애한테 경쟁심을 느끼냐며 의아해 하지만 뭔가 그런 마음이 운동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물론 만화에서 묘사되는 것만큼 불타는 경쟁심은 아니고 그냥 저 사람만큼 잘했으면 좋겠네~ 하는 마음이다.


어제는 강습을 받다가 절반정도 했을 때 다리에 쥐가 났다. 원래도 쥐가 자주 나서 조금만 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안 풀리고 계속 올라왔다 내려갔다 해서 마지막 10여분 정도는 거의 서서 사람들이 수영하는 걸 구경하고 스트레칭만 했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 상태가 아주 엉망진창이 돼서 수영을 못 했다. 근데 이렇게 수영을 못하는 날은 뭔가 아쉽다. 내 에너지를 다 발산해야 하는데! 수영해야 하는데! 하고 약간 우울해하기도 한다. 뭐가 되었든 취미생활이 생기니 좋고 요즘에는 거의 수영장 다니는 재미로 산다. 아직은 그렇게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고수가 되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다음에 더 쓸 말이 있으면 써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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