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끼 앞에 선 엄마의 명상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엄마들의 하루는 세끼로 나뉜다. 돌아서면 밥, 설거지하고 나면 또 밥. 그 사이에 몰아치는 메뉴 고민과 아이들의 편식 전쟁. 이 무더운 여름, 매일 아침 명상 시간에도 빠지지 않는 고민.
“오늘은 도대체 뭘 해 먹이지?”
아이들 방학이 뭐라고, 벌써부터 두렵다
긴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돌아서면 밥, 또 밥. 무서운 ‘돌밥돌밥’의 계절이 도래했다. 마치 전쟁이라도 앞둔 전사처럼, 나는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자유의 끝을 알기에, 더 절실하게 붙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등원하는 평일에는 하루 한 끼면 충분하다. 아침은 삶은 달걀, 고구마, 과일 정도로 간단히 넘긴다. 특별한 조리가 필요 없는 식사다. 하지만 저녁 한 끼만큼은 마음을 다해 준비하려 애쓴다. 국 하나, 반찬 몇 가지. 매일 같은 국을 낼 수 없어 고민하지만, 결국 비슷한 맛. 이게 내 손맛인가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새로운 요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하는 내 마음을 가족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한 끼가 아니라 세끼를 책임져야 한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면 또 밥시간. 밥상을 치우면 곧바로 다음 밥상을 준비해야 한다. 이게 주부의 일이겠지 싶으면서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엔 그 무게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진다. 공들여 만든 한 끼를 가족들이 시큰둥하게 넘길 때면 마음이 상한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입맛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정성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다.
특히 아이들은 단 음식을 좋아하고, 나는 건강식을 먹이려 하다 보니 종종 대립하게 된다.
"이걸 먹어야 건강해지지. 편식하면 안 돼."
식판 위 음식을 다 먹도록 독려하면서도, 정작 나는 고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 앞에서는 억지로 먹는 척을 하며 ‘잘 먹는 엄마’인 양 연기한다. 골고루 잘 먹는 아이로 키우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이 무던한 편이라는 것이다. 그조차 음식에 까다로웠다면, 나는 진즉에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부엌 폐업이야. 나, 이제 안 해." 가끔은 억지로 음식을 떠먹이는 내 모습이 싫다.
"그렇게 먹으려면 먹지 마."
이렇게 말해놓고, 금세
"한 숟가락만 더 먹어보자" 며 다시 애원하는 나.
모순덩어리다. 그런데 그 마지막 한 숟가락을 먹지 않으면, 정말 내 아이가 병이라도 생길까 봐 두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화내지 말고, 먹기 싫어하면 안 먹이면 되잖아."
남편은 쉽게 말한다. 아주 쉽게. 진심으로 나도 그러고 싶다.
"배고프면 나중에 맛있게 먹자."
쿨하게 넘기고 싶다. 육아서처럼. 책 속의 그 엄마처럼.
그런데, 현실의 나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밥 한 숟가락에 매달리는 내 모습.
이런 내 마음을 엄마들은 너무나 잘 안다.
“나도 그래.”
“열심히 차려줬는데 안 먹으면 화나요.”
“밥 먹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려요.”
“씹질 않아요. 그냥 입에 물고만 있어요.”
엄마들 사이에서 ‘밥’은 일종의 공통 언어다. 밥상머리에서 벌어지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고단함을 금세 이해하게 된다.
이 무시무시한 한 끼도 버거운데, 이제는 세끼를 감당해야 할 시간이 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던가. 어떻게든 버텨야겠다. 간단한 계획이라도 세워본다. 오늘 아침 명상 시간에도, 머릿속은 ‘오늘 뭐 해 먹지’로 가득했다. 마음이 복잡한 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나는 밥을 짓는다.
밥이 아니라, 사랑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