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맘의 방학 생존기
엄마, 왜 나만 유치원에 가요?
다들 방학이라는데, 왜 나만 유치원에 가요?
선생님이 나는 와야 한대요. 왜요?
두 눈에 맺힌 서러움이 닭똥 같은 눈물로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 내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깊은숨, 고요한 커피 한 잔
깊은 휴식이 간절한 날이다.
오늘, 두 아이가 동시에 긴 방학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있는 이 시간.
지금 이 순간이, 내게 허락된 마지막 고요일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숨을 고른다.
Just relax.
그 말이 오늘따라 유독 간절하다.
비장한 각오, 여름 루틴
오전엔 수영, 점심 후엔 도서관.
이것이 우리 가족의 여름방학 기본 루틴이다.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큰 틀이라도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운동을 마친 뒤, 평소처럼 카페에 들렀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묘하게 무겁다.
"오늘이 제 마지막 여유일지도 몰라요."
웃으며 내뱉은 말에 사장님이 대답했다.
"그래도 곧 개학이 올 거예요."
아주 희망적이었다
딸아이의 눈물, 엄마의 아픔
아이들은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엄마, 내일부터 진짜 유치원 안 가요?”
기쁨으로 반짝이는 눈동자에 웃어주었지만,
마음 한편에 오래된 기억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다.
큰딸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나는 학원 강사로 일했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있었고, 큰딸은 방학 중에도 유치원에 가야 했다.
5세에도, 6세에도 당연했던 일이었다.
그러다 7세 여름.
딸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다.
“왜 나만 방학인데 유치원 가요? 친구들은 다 집에 있는데…”
그날, 선생님은 방학 중 등원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아이들 앞에서 하나하나 불렀다고 했다.
그 안에 우리 딸의 이름도 있었다.
그리고 이어졌겠지.
“너는 왜 유치원 와?”
딸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학인데 왜 나만 학교에 가야 하지?’
그해 여름, 그리고 겨울 방학은 내게 길고도, 무거웠다.
엄마라는 자리
아이가 아픈 날이었다.
나는 학원 빈 강의실 한편에 돗자리를 깔았다.
기운 없이 축 쳐진 아이를 차가운 바닥에 눕히고, 태블릿을 켰다.
그리고 옆 강의실로 수업을 하러 들어갔다.
많이 아프면 엄마 교실 노크해.
그렇다한들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라도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내가 지금 뭘 위해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엄마인데,
내 아이가 아픈데,
그럼에도 일은 계속돼야 했다.
그날 이후,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수업을 하나둘 줄였고, 결국 강사의 일을 내려놓았다.
아이 곁에서, 언제든 손 뻗을 수 있는 거리의 사람.
‘엄마’라는 이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방학이라는 이름의 무게
방학.
아이들에겐 설렘 가득한 단어지만,
워킹맘들에겐 잔혹하리만큼 무거운 단어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방학을 기다려왔을지 모른다.
어릴 적 나도 그랬으니까.
지금 딸아이의 설렘을 지켜주고 싶다.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을 더 슬기롭게 품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