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F가 아니라 ‘Fucking F’다.

T성향의 사람은 절대 이해 못 할 세상

by 주현정

MBTI. F 성향?

나는 그냥 F가 아니라 ‘Fucking F’다.

감정이 너무 커서, 숨길 수가 없다.

감추려 해 봤지만 결국 꺼내놓고 사는 게 더 편했다.

이제는 안다. 이 감정도 나의 무기라는 걸.


“나 너무 우울해서 빵 사 먹었어.”

그 말에 미간이 찡해졌다. 눈시울이 벌써 촉촉해졌다.

“왜 우울해? 무슨 일 있어?”

내가 겪은 일이 아닌데도, 마치 내 일처럼 슬퍼졌다.

그런데 T 성향의 사람들은 이 말에 이렇게 반응한단다.“무슨 빵?” “몇 개나 먹었는데?”


감정형(F)과 이성형(T)의 차이를 보여주는, 한때 유행했던 심리 테스트.

나는 그 테스트에서 단연코, 대문자 F.

아니, 대놓고 Fucking F다.


MBTI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주위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넌 진짜 F야. 감정이 얼굴에 쓰여 있어.”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

정확히 말하면, 감추는 법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다.


신혼 초, 남편이 진지하게 말했다.

“제발 감탄 좀 작게 해 줄 수 없어?

깜짝 놀라서 사고 날 뻔했어.”

정말이다.

작은 꽃을 봐도, 날씨가 좋아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나는 감탄한다.

심지어 그 감탄사 때문에 남편은 운전 중 깜짝 놀라 핸들을 움켜쥐기도 했다.

그래서 입을 틀어막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감탄은, 참을 수 없는 본능처럼 터져 나왔다.


어떤 날은 이 성향이 너무 좋다.

세상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니까.

하지만 어떤 날은 나조차 내 감정이 버겁다.

왜 이렇게 오버하지?

왜 이렇게 큰 감정을 느끼는 걸까?

길을 걷다가도 멈춘다.

작은 들꽃 하나에도, 개미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모습에도 나는 멈추고 감동한다.

그리고 그 감동은, 옆사람이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표현된다.


그걸 본 지인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그냥 F가 아니라, Fucking F야.”

웃었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나를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내 감정 크기요?

내 키만큼 큰 감정의 사람, Fucking F입니다.”


그런데, 그래서 뭐? 그게 나쁜 걸까?

물론 감탄사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일은 인정한다.

그래서 한동안 감정을 참는 연습도 해봤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하고,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꺼내놓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니까.


물론 슬픔도 크게 느낀다.

육아가 힘든 날엔,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다.

다른 사람이 ‘5’의 강도로 느낄 일을

나는 ‘10’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한다.


“그 성향 덕분에 글을 잘 쓰는 걸지도 몰라.

작은 일도 크게 느끼니까, 쓸 이야기가 많잖아.”

같은 나를, 이렇게도 따뜻하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매일, 감정이 데려다주는 글감을 품고 산다.

쓸 말이 많아서, 행복하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뭐?

내가 좋다는데, 감탄도 마음껏 못 하며 살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오늘도 감탄하고,

느끼고,

산다.

이 감정 많은 성향,

Fucking F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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