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내 인생의 동아줄이 되다.
신의 계시처럼 내 눈길을 붙잡은 종이 한 장.
그 작은 광고지가 내 인생을 끌어주는 동아줄이 될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파워 블로그를 꿈꾸며 호기롭게 글쓰기를 시작했다. 책 속 좋은 구절을 옮겨 적는 ‘필사’ 정도였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적었다. 하지만 블로그는 생각처럼 성장하지 않았고, 답답함만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가던 카페에서 ‘에세이 클래스 모집’이라는 광고지가 눈에 띄었다. 여느 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그 종이 한 장이 내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작가가 된다는 건 상상에서조차 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 그런 내가 마치 홀린 듯 2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입금했고, 남편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나 이제 일요일마다 에세이 수업 갈 거야. 아이들 좀 부탁해.”
남편은 언제나처럼 내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그렇게 가족의 응원 속에서 내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첫 수업 날. 미리 제출한 과제를 앞에 두고 카페에 앉아 있었다. 하나둘 모여드는 같은 반 친구들. 그리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카페 사장님이 선생님으로 들어왔다.
“수업은 미리 제출한 글을 돌아가며 읽고 피드백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 같이 읽는다고? 내 글을? 안 돼…”
내 글이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낭독되는 동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반 친구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내 글은 초라하기만 했다. 얼굴은 화끈거렸고, 심장의 쿵쾅거림이 손끝까지 전달되는 듯 떨렸다. 필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두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처럼 길게 느껴졌다.
수업이 끝나고 카페 아래에서 기다리던 가족 품에 안겨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부족했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야 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차 안에 축 늘어졌다. 아이들이 쫑알쫑알 질문을 쏟아냈지만, 나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얘들아, 엄마가 힘들었나 봐. 잠깐만 두자.”
눈치 빠른 남편이 곁에서 챙겨 주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30분 동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인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박탈감과 깊은 좌절. 원래라면 수강료가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수업을 들었을 테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다시는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엄마, 오늘 어땠어요?”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큰딸이 물었다.
나는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음… 엄마는 글 쓰는 일은 아닌가 봐. 다음 주부터는 안 갈래. 그냥 너희랑 놀아야겠다. 좋지?”
좋아요를 외칠 줄 알았던 딸의 의외의 대답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엄마, 나도 피아노 학원에서 그런 적 있어요. 너무 어려운 곡을 받아 포기하려 했는데, 원장님 앞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와 버렸어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연습했더니 결국 칠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 그거 알아요? 지금은 그 곡 정말 잘 쳐요. 그러니까 엄마도 할 수 있어요.”
순간 멍해졌다.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놀랍고, 대견했다. 그런 딸의 엄마인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결국 나는 다시 수업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치열하게 수업에 임했다. 그리고 그 수업은 내 인생을 붙잡아 준 구원의 사건이 되었다. 글쓰기는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줄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작은 광고지가 내 눈에 띈 것도, 아이의 한마디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 것도, 어쩌면 예정된 길이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딸이 흔들릴 때, 오늘 내가 받은 용기를 고스란히 되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딸에 그 엄마처럼!
딸은 내 인생을 구한 귀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