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껌딱지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 아이의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깊었다.
작은 손에 쥔 사탕 다섯 개에 담긴 ‘감사’는,
이 여름 방학이 아이를 얼마나 자라게 했는지 보여주었다.
“엄마, 이거 요가 원장님 드리려고 샀어요. 오늘 마지막 날이니까요. 이건 엄마 요가 친구 드릴 거예요.”
아침에 사탕을 들고 온 큰딸의 말에 나는 순간 멈춰 섰다. 마음이 한 뼘 자란 것 같아 대견했고, 내 아이가 잘 크고 있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
“이건 엄마 거예요. 수학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수학은 아빠 담당이었지만 이번 방학에는 내가 함께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해 틀릴 때면 화도 내곤 했는데, 그런 나에게 건넨 감사 인사는 오히려 내 마음에 따끔한 성찰을 안겨주었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할 선생님이구나. 더 자상한 엄마가 되어야지. 이 칭찬이 무색해지지 않게 해야지.
오늘은 린이의 여름 방학 마지막 날이다. 드디어 끝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하면서도, 끝없는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깨우고 싶다가도, 깨어나서 나에게 치근덕거리면 다시 자는 모습이 그리워지는 모순된 엄마의 마음.
내 요가 짝지가 사라진다는 것이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 조용한 수련 시간 속에서 딸아이의 요란한 동작이 미안하게 느껴지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아이는 그 시간을 진심으로 보냈을 것이다. 엄마의 눈에는 늘 부족함이 먼저 보였을 뿐.
오늘 린이는 유난히 더 열심히 했다. 어려운 동작에도 끙끙 소리를 내며 끝까지 해내려 애썼다. 가끔 우리의 손끝이 스칠 때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소리 없이 웃었다. 마치 그곳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듯 한 순간. “엄마를 너무 사랑해요” 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힘을 얻었다. 딸이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어떤 동작도 대충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그 존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밀려왔다.
같은 반 친구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냐며 보고 싶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다정한 한마디 한마디가 딸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 같아 고맙고 기뻤다. 이렇게 챙겨주시니 우리 딸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내 껌딱지, 이린.
한 달 동안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함께 다녔다. 내가 일해야 한다며 핀잔을 주던 시간도 있었고, 동생이 유치원에 간 뒤 심심하다며 애타게 찾던 모습도 눈앞에 선하다.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겠지. 나는 다시 내 일에 집중할 것이고, 린이는 학교에 적응해갈 것이다. 그러나 방학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의 시간이 끝난 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그렇게 조금씩 자라고 조금씩 배우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