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30초

내가 미워요?

by 주현정

아이들이 놀아달라 할 때 놀아주고,

안아달라 할 때 안아주면,

그렇게 딱 10년만 보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왜 이렇게 어려울까.


“엄마, 내가 미워서 밀어내는 거예요?”
설거지를 하던 내게 큰딸이 불쑥 물었다. 순간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나는 종종 안아달라는 아이를 밀어냈다.
“잠깐만, 이거하고 안아줄게.”
너무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보지 못한 채, 눈앞의 설거지와 집안일에 더 집중했다. 자질구레한 일들이 정말 딸의 마음보다 소중했을까.

아이들은 그저 엄마의 포옹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니야, 엄마가 널 미워해서 그런 적은 없어. 그냥 할 일이 너무 많아 여유가 없었을 뿐이야. 상처 줬다면 미안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말하면서도, 여전히 남은 설거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러니했지만 그게 내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지금 안 하면 정말 큰일이 났을까?
온몸으로 아이를 안아주는 데 단 30초면 됐는데….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이리 와, 내 새끼.”
딸을 꼭 끌어안았다. 걸린 시간, 단 30초.
그 짧은 순간에 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은 ‘몸의 대화’를 유난히 좋아한다. 구르고, 안기고, 만지며 하루의 긴장을 풀어낸다. 나도 알면서, 자꾸 눈앞의 할 일들이 시야를 가렸다. 멀티태스킹이라 위안했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이 되고 말았다.

사실 아이들은 다 느낀다.
엄마가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지.

아이를 온몸으로 꼭 안으면 나도 이완된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고, 은은한 살 냄새와 시큼한 정수리 냄새조차 사랑스럽다.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말랑한 내 아이의 온기. 나 역시 그 품에서 위로를 받는다.

이제는 다짐한다.
안아달라는 신호를 놓치지 않겠다고.
단 30초면 된다. 그 짧은 시간으로 아이는 충분히 만족하고, 다시 자기 일로 돌아간다. 하던 일을 멈춘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늘 엄마를 용서해 왔다. 이번에도 미안하다고, 진심이 아니었다고, 조금은 뻔뻔하게 말해본다. 하지만 이제는 놓치지 않을 거다. 아무리 바빠도 너를 안아주는 일보다 급한 건 없다.

세제가 묻은 손으로라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이라도, 나는 멈출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너는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니까.

단 30초, 그 시간이 너에겐 하루를 바꾸는 사랑이고,
내겐 다시 중심을 찾게 하는 선물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정말, 단 30초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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