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경단녀와 번아웃 남편

무게를 나누는 법

by 주현정

"너무 무겁다."

"뭐가?"

"그냥… 모든 게."


10년을 달려온 결혼 생활. 나는 10년 경단 녀가 되었고, 남편은 10년 동안 모든 걸 태우고 번아웃이 왔다. 이제 우리의 자리를 바꿀 때일까, 아니면 조금 더 버틸 때일까. 무게를 함께 나눌 방법을, 우리는 찾고 있다.

결혼한 지 10년, 남편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해냈다. 먹고 싶은 건 마음껏 먹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갔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건 웬만하면 다 해줄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호화로운 10년이었다.


결혼 초, 남편이 하곤 했던 말이 있었다.

"내가 살림하면 잘할 것 같아. 집에 있는 거 좋아하고, 사람 만나면 기가 빨리잖아."

반대로 나는 바깥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야 힘이 나는, 내 커리어를 쌓고 싶은 사람.

"내가 10년 밖에서 일하고, 10년 뒤엔 바꾸자."


가벼운 농담처럼 나눈 대화였는데, 어느새 그 10년이 됐다. 남편은 어깨가 무겁다고 말한다. 마음 같아선 당장 바꾸자고 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10년 경력 단절녀로써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남편만큼 벌어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남편의 학원은 예전 같지 않다. 잘되던 시절엔 2호점까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학생이 줄었다. 학원은 넘쳐나고, 출산율은 역대 최저다. 공급과 수요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직원과 함께할 때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지금은 혼자 꾸려가는 외로움이 남았다.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진 우리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나는 아이들을 돌봤고, 그는 일터를 지켰다. 중간중간 내가 수업을 맡기도 했지만, 아이들 돌봄 때문에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그렇게 약속 아닌 약속으로 10년이 흘렀다.


이제 아이들은 많이 자랐다. 큰딸은 동생을 잘 챙기고, 둘째는 언니만 있으면 부모의 부재를 허락한다. 든든한 조력자가 생긴 셈이다. 이제야 나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경단녀인 아내.

10년 동안 모든 것을 태우고 번아웃이 온 남편.

우리는 지금, 인생의 다음 장 앞에 서 있는 듯했다.

다음 장은 아직 백지다. 다만 한 가지, 이 무게만은 이제 우리 둘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 웃음을 잃지 않는 한, 어떤 답을 써 내려가도 괜찮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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