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굿나잇, 엄마

여섯 살, 내 하루

by 주현정

나는 여섯 살이다. 세상은 늘 나보다 빨리 달린다. 특히 아침에 만나는 엄마는 번개같이 빠르다.

아침, 엄마의 손길에 눈을 떴다. 그런데 뭔가 불편했다. 잠을 덜 잔 탓일까, 이유 모를 짜증이 먼저 튀어나왔다. 사실 엄마는 사랑스럽게 깨우고 싶었을 텐데. 억울한 얼굴로 짜증을 내는 엄마를 보니 미안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내가 싫어하는 과일이 올라와 있다. 모양도 삐뚤빼뚤하다. 아무 생각 없이 싫은 감정을 말했을 뿐인데, 엄마 얼굴이 굳는다. “그렇게 투정 부릴 거면 먹지 마.” 서운했다. 그러더니 이내 “빨리 하나라도 더 먹어”라며 재촉한다. 먹지 말라 했다가, 또 먹으라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아침마다 몸을 깨울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마는 허락하지 않는다. 엄마의 “빨리빨리!”는 알람처럼 반복된다. 밥도 빨리, 세수도 빨리, 옷도 빨리. 식탁에 앉으면 머리도 빨리 묶는다. 그런데 내 몸은 아직 꿈속에 있다. 몰래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포근하고 따뜻하다. 행복하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다. 하지만 곧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이선! 어디 갔어?” 귀신같이 나를 찾아내 끌어낸다.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아침의 하이라이트는 머리 묶는 시간이다. 나는 원하는 스타일을 자세히 설명하지만, 엄마는 잘 못 알아듣는다. 이렇게 잘 말했는데도 왜 모를까? 시간은 없고, 나는 고집이 있고, 엄마는 급하다. 결국 혼이 난다. “왜 꼭 늦장 부리면서 머리까지 복잡하게 하냐고!” 하지만 이게 나다. 내가 원하는 건데. 울상을 하고 머리띠 하나 챙겨 신발장으로 갔다. 신발을 고르려는데, 또 엄마의 외침. “엘리베이터 왔어! 빨리빨리!” 결국 어제 신었던 신발을 급히 신고 나왔다. 오늘은 구두를 신고 싶었는데.


아침엔 엄마차로 다른 아파트까지 가야 한다. 엄마 요가 수업 때문에 나는 우리 동네에서 차량을 탈 수 없단다. 그래서 매일 차로 그곳까지 간다. 더 오래 걸려도 불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마가 차량 앞에서 장난스러운 얼굴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좋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면, 내 어깨도 으쓱해진다.


유치원에 도착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노는 건 즐겁지만, 규칙을 지켜야 하는 시간은 힘들다. 악기도 어렵다. 잘 안 되면 하기 싫어진다. 그러다 선생님께 혼나면 더 하기 싫어진다.


친한 친구랑 신나게 놀다가도 혼난다. “지금은 노는 시간이 아니야.”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이 제일 재밌는데. 속상하고, 울고 싶고, 소리 지르고 싶다. 그래도 가끔은 선생님이 천사 같다. 예쁘다 말해주고, 칭찬도 해준다. 그럴 땐 정말 더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런 내 마음, 알아주면 좋겠다.


집에 돌아오면 언니와 놀 수 있다. 이 시간이 가장 좋다. 우리 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언니가 가진 건 다 갖고 싶다. 그렇지만, 엄마가 나 없는 사이에 언니랑 단둘이서 뭔가 한 것 같으면, 질투가 난다. 엄마는 언니만 좋아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빠가 오면 더 애교를 부린다. 아빠 사랑이라도 독차지하고 싶어서다. 아빠가 웃으면 마음이 풀린다.


“샤워할 시간!” 이 말은 제일 싫다. 재미있던 걸 멈춰야 하니까. “10분만 더!” 엄마는 타이머를 맞추고 간다. 알람이 울렸다. 그래도 조금 더 놀고 싶다. 그러다 엄마의 불호령. “알람 울렸는데 왜 안 들어와!” 화를 내면 더 하기 싫어진다. 억지로 씻고, 억지로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하루의 끝은 좋다. 잠들기 전, 엄마랑 몸 비비며 노는 시간. 책을 읽어주는 시간. 그 시간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그 순간은 따뜻하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말해준다. “우리 딸, 엄마 보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나는 안다. 엄마가 화를 내도, 결국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따뜻한 품에 안겨 금세 잠이 든다.

오늘도 굿나잇,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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