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정의를 다시 묻다.
“재미있는 일을 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재능이다.”
누군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참으로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말이었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 저절로 능률이 오르고, 집중력이 생기니
그만큼 능력이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몰입했던 일.
그런데 불행히도 젊은 시절의 나는 그런 ‘재능’을 찾지 못했다.
무엇을 해도 늘 힘들고 지쳤고,
현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순간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뿐이었다.
그게 내 즐거움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글쓰기가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라는 걸.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공부를 잘했던 사람도, 책을 좋아했던 사람도,
글을 써본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니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다.
‘글쓰기 방법’을 배우기보다
좋은 문장을 매일 눈앞에, 머릿속에 떠올리려 애쓴다.
걸작 하나를 위해 수많은 습작이 필요하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이 미흡한 글 한 편을 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기를 바라며.
이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
주변 사람들은 걱정 섞인 말을 한다.
“너무 기대하지 마, 혹시 실망할까 봐…”
오늘 아침, 카페에서 글 한 편을 완성했다고 스승님께 자랑했다.
그분은 축하한다 하시면서도 염려 섞인 조언을 해주셨다.
“투고할 때는 틈을 두세요.”
한꺼번에 모든 걸 쏟고 연락이 오지 않으면
혹시 내가 글쓰기를 놓을까 걱정하신 듯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놓을 수 없다.
머리가 복잡할수록 흰 종이 앞에 앉고 싶어진다.
생각을 적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이 좋은 습관을 버릴 생각이 없다.
물론 내 글이 어느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책으로 세상에 나온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작은 위로나 행복을 느낀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내 지난 1년은 헛되지 않았다.
나는 이 1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가장 큰 수확은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된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알아야 그들을 위한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이 두 가지 깨달음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결혼 전, 내 연봉은 3천만 원쯤이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살았고,
그 돈으로 술을 사고, 명품을 샀다.
그게 삶의 전부라 믿었다.
하지만 이번 1년, 내 수입은 0원이다.
통장 잔고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나는 충만하다.
스스로를 더 많이 발견했고,
나와의 약속들을 지켜냈고,
가슴 깊이 행복을 느꼈다.
어린 왕자가 말했지.
어른들은 숫자로만 세상을 본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른다고.
나도 그랬다.
눈에 보이는 돈과 물건이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듯해도
내 안은 단단히 채워졌다는 것을.
내 수입 0원.
그러나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한 해이다.
지금 나는, 즐거운 일을 하는 능력을 발휘하며 살고 있다.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니, 재능이 없더라도 괜찮다.
나는 이 좋은 글쓰기를 결코 내려놓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베스트셀러 작가 주현정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