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살은 어때?

by 이곰

나는 두 조카의 고모다.

중학생은 이미 친구들과의 세상에 흠뻑 빠졌고,

초등학생도 고학년이 되면 나와 놀아줄까 의문이다.

관계 맺음이 ‘고양이’와 ‘집사’의 관계라고 할까?

고양이를 한없이 바라보는 집사가 바로 나다.

나에게 조카들은 삶의 큰 위로다.

보면 즐겁고, 보면 감동스럽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같이 하고,
뉴진스와 아이브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나면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원초적인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 강아지들—조카들 말이다—이 크면서
내 인생에 슬슬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늙었는데 결혼해야지"
"동생도 결혼했는데 어떡할 거야?”

엄마에게나 들을 법한 이 멘트는
조카가 나에게 한 말이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어린이집 체육 선생님을 남자친구로 소개해 주겠단다.
선생님 나이는 서른 살,
그 당시 내 나이 마흔 대 중반.

조카에게 말했다.
그 소개팅은 선생님께 큰 실례라고.


고모에게 왜 남자친구를 만들어주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조카가 이렇게 대답했다.

“고모가 할머니 나이가 돼서 혼자 살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광풍이 불던 시절.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며
나쁜 남자 ‘한스 왕자’와
착한 남자 ‘크리스토프’를 비교해 가며
착한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잔소리를
그 당시 여섯 살짜리 조카에게 해대고 있었다.

그때 조카가

오른쪽 입술을 장난스레 씰룩거리더니
나에게 한마디 한다.


“고모나 잘해.”


그런 조카들이 요즘은
오십 살이 넘은 고모를 놀리는 데 한창 재미가 들렸다.

본인들 나이도
반 서른이 곧 된다느니,
반 스무 살이 넘었다느니 하는 걸 보니
또래 사이에서 ‘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나 보다.


오십이 되는 해에는
‘반백 살’이라며 놀림을 얼마나 당했는지 모른다.

흰머리도 많이 보이고,
돋보기를 써야 글자가 보이는 고모.
일어나고 앉을 때마다

“우그그, 컥, 윽” 소리를 연발하는 고모가
몇 해 전과는 조금 달라 보였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강아지가 짐짓 진지하게 질문을 한다.


“고모, 반백 살은 어때?”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열 살도 안 된 조카의 질문을
개그로 받아야 할지, 다큐로 받아야 할지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나온 대답.


“생각보다 괜찮아.”


마치 준비해 놓은 답처럼.
하지만 그동안 그런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이, 50.

“나의 반백 살, 지금 어때?”

이제 나에게 내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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