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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섷잠몽 Jul 26. 2022

내 어렸을 적 수원천에

내 어렸을 적 수원천에 집장촌이 있었지.

옛날에 우리 가게 앞은 집장촌이었지

밤만 되면 빨간불이 켜지고 누나들이 그 빛 아래 앉아있었어

나는 예쁜 누나들이 좋았고

관심 받고 싶은 아이여서

밤만 되면 그 앞을 씽씽이를 타고 왔다갔다 했어


자기 주장이 생길 나이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누나들을 만났지

그 누나들 꼭 겨울에 춥게 있고선

내가 보던 티브이 채널을 돌렸어

나는 그게 너무 황당하고 싫어서


“나 보고 있는데 왜 돌려요?”


하고, 따졌지. 초딩 때.


“너 애가 싸가지가 없구나”


하면 나는


“내가 먼저 왔잖아요”


하며 물러서지 않았어


이상하게도 나는 누나들한테 이쁨을 잘 받아서

그래서 그 누난 툴툴거리면서도

내가 보던 채널을 그대로 두었지.


내가 대학생이 되어 엄마에게 물을 때까지

우리 엄마 아무말도 안했어

왜 아무말도 안했냐 했더니


“그땐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았어”


라고 말했지.


지금은 가건물 사라지고

관광객 즐비한 길이 됐지만

25년 전엔,

바람 펄럭이는 옷 입고

셀카 찍는 여자들 나이 즈음 된

누나들이 있었지


가끔 깨끗해진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씽씽이 타던 내가 떠오르고

쟤는 왜 맨날 저래”

하던 누나들이 떠오르고


그 누나들 이제 오십줄은 족히 넘었을텐데

다들 뭐하고 살고 있으려나.

어디 가서 티브이 마음껏 돌리고

살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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