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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드디어 오늘을 기다린 이유를 마주했다

by Ding 맬번니언

드디어 오늘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어제저녁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깨 통증 때문에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새벽 3시쯤 눈을 떴고, 그 이후로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뒤척였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행복이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 연승을 기록할 수 있을까? 어깨 통증은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피곤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피곤하다고 해서 하루가 멈춰지는 것은 아니기에, 아침을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행복이를 깨웠다. 알람 소리에 잠시 뒤척이던 행복이는 겨우 눈을 떴고, 내가 "일어날 시간이야"라고 말하자마자 이불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늘 그렇듯, 아침에 깨우는 일이 가장 어려운 과정 중 하나였다. 그래도 오늘은 테니스 경기가 있는 날이니 기분 좋게 일어날 거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잠의 유혹을 쉽게 이겨내지는 못하는 듯했다.


몇 번 더 부드럽게 깨운 후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행복이는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주방으로 향했다.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고, 간단하게 우유에 시리얼을 챙겨주었다. 행복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천천히 아침을 먹었고, 나는 내심 오늘 테니스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행복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가방을 챙기고 학교로 향했다.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야 해서 걸어가는 대신 자동차를 이용했다. 차 안에서도 행복이는 조용했다. 마치 오늘의 경기를 앞두고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다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조용히 운전하며 행복이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학교에 도착해 행복이를 내려주면서 "오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충분해. 긴장하지 말고 즐기자!"라고 격려해 주었다. 행복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응, 고마워! 아빠"라고 짧게 대답한 뒤,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행복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운동을 가야 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루다 보면 다시 게을러질 것이 뻔했기에, 억지로 몸을 움직여 짐(gym)으로 향했다. 운동을 마친 후, 땀이 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피곤했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깜짝 놀라며 누가 왔을까 궁금해졌다. 급히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우체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드디어 오늘을 기다린 이유를 마주했다. 바로 내 책이 도착한 것이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두 손으로 책을 들어 올려 표지를 바라보았다. 내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내 이름이 걸린 책. 순간적으로 여러 감정이 밀려왔다. 기쁨, 뿌듯함, 그리고 실감이 나지 않는 신기함까지.

손끝으로 책 표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묵직한 무게감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이 책을 받아 드는 순간까지 걸어온 길이 떠올랐다. 몇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시간들, 신춘문예에 결과를 기다리며 느꼈던 설렘과 불안. 그동안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기대로 가득했던 시간들이 단 한 권의 책으로 내 손안에 들어왔다.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겨 보았다. 활자로 찍힌 내 글이 눈앞에 펼쳐졌다. 익숙하지만 또 낯설게 느껴지는 글이었다. 몇 달 동안 이 원고를 얼마나 고쳐 썼는지 모른다. 때로는 힘들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피곤했던 기분이 행복으로 바꾸었다.

나는 책을 품에 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드디어 나도 등단 작가가 되었다. 아침부터 피곤했지만 한 순간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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