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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소리를 치고

by Ding 맬번니언

아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소리를 치고 말았다.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입에서 나온 말들은 이미 감정을 실어버린 상태였다.

다다음주에 행복이는 NAPLAN 테스트를 본다. 이 시험은 호주에서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평가로, 일반적으로 호주에서는 시험 성적이 한국만큼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가족에게는 꽤 중요한 시험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행복이를 중학교 때 국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립학교가 공부를 잘해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원하는 곳은 어느 정도 학업 성취도가 필요한 곳이다.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되어야 안정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데, 현재 행복이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현재 실력으로는 1년 정도 뒤처진 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지만, 너무 어렵다. 그냥 조금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모를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좌절감이 밀려온다. 나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행복이가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내 생각이다. 최소한 중학교 진학 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기초 실력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화가 나게 만든다. 모르면 배우려고 해야 하는데, 스스로 배우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빠,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문제를 그냥 넘기거나 대충 풀어버리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나는 속이 터질 것만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이는 자신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사립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본인도 사립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학습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단순히 우리가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실력 자체가 부족해서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행복이는 그것에 만족할까? 받아 드릴까?


이 사실을 행복이가 과연 알고 있을까? 아니면 단순히 ‘가고 싶다’는 희망만 가지고 있는 걸까? 현실적으로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데, 그 노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는 화를 참기가 어렵다. 어쩌면 나도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더 엄격하게 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건, 행복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이가 사립학교에 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준비를 스스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 배우려는 태도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게 도와줘야 한다. 화를 내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도 따라잡기 힘든데 하기 싫은 아이랑 하려고 하니 미칠 것 같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어쩌면 자신이 가고 싶은 사립학교에 성적 때문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드릴지 아직은 답을 모르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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