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가는 최고령 나이.

by Ding 맬번니언

내일이면 드디어 태국 여행이 시작된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온 여행이다. 짐을 정리하고, 여권과 티켓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마무리한 하루였다. 여행 전 마지막 저녁, 친구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잘 다녀와", "부럽다", "사진 많이 보내" 이런 따뜻한 인사들이 오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내가 여행 전에 ‘한국 게이 여행 그룹’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꺼낸 순간 이야기의 방향이 슬며시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 태국 여행 중 하루쯤은 클럽에 가보고 싶었다. 그냥 관광지만 다니는 여행보다, 조금은 나다운, 조금은 생생한 밤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가는 태국에서 게이 클럽도 하나의 추억에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내가 클럽에 가고 하루는 스티븐이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행복이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호주 사람이라서 하루쯤 혼자 클럽 구경 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는 혼자 가긴 뻘쭘했다. 그래서 같은 시기에 태국을 여행하는 한국 게이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싶어 SNS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가입해 보니 내가 그 안에서 ‘최고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 내가 클럽에 가는 최고령 게이라는 것에 대해 놀랍지 않았다. 여기 호주에서는 나이보다 사람 자체를 먼저 보는 문화 속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국은, 특히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는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고 그 대답에 따라 상대의 태도도, 거리감도 달라진다.


그룹 안에서 나는 조용히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메시지를 먼저 보내도 짧은 답변이거나 아예 무시당하기도 했다. 그 안에선 아무도 내 나이를 탓하지 않았지만, 그저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존재만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한국에서 중년 게이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떻게 밤 문화를 즐길까? 한국은 여전히 청춘 중심으로 돌아가는 문화 속에서 나이가 든 게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어디서 위로를 얻고,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경험하고 있을까. 나는 하루쯤 이탈이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중년 게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나는 여전히 태국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클럽에 가보고 싶고, 좋은 인연이 있다면 대화도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나이, 이 정체성, 이 문화 사이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주제가 될 것 같다. 이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여행은 단지 바다와 태양, 그리고 이국적인 거리만을 담고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서글프고, 그리고 조금은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이 되지 않을까.

이제 진짜, 내일이 시작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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