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3년 안에 1억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목표라는 건 알지만, 한 번쯤은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정말 제대로 돈을 모아보고 싶었어요. 아직까지 태어나서 한 번도 1억을 모아 본 적이 없습니다. 내년까지 한번 꼭 모아 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운이 좋았는지 큰 지출 없이 3천만 원을 저축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이 저에게 꽤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그래서 올해도 3천만 원, 내년에는 4천만 원을 더해 3년간 총 1억 원을 모으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그 계획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마음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 작은누나에게 천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고, 내용은 익숙했습니다.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 사실 망설였습니다. 제 통장 잔고를 열어보면서, 올해 저축 목표가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고,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돈을 보냈습니다.
‘이게 가족이지. 내가 외면하면, 누가 도와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혹시 이 돈을 다시는 못 돌려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가능성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작은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괜찮아.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사람이란 참 묘해서, 무언가를 계획하는 순간, 그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주기를 어디선가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인생은 늘 계획을 비껴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 비껴나감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을 하고,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
사실 이건 비단 돈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요즘 또 하나 저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바로 체중 감량입니다. 태국 여행을 앞두고 ‘출발 전까지 75kg까지 감량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어요. 식단 조절을 하고, 운동을 조금씩 늘려가니 서서히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레인보우 대디 캠프에 다녀온 뒤 오히려 체중은 늘었습니다. 함께 먹는 식사,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작은 방심이 그동안의 노력을 슬쩍 되돌려 놓았죠.
체중계 위에서 숫자를 확인하며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열심히 했나…’
그렇게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 한편에서는 또 이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괜찮아, 아직 끝난 거 아니야.
삶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니까.”
그렇게 저는 요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속에서 그럼에도 계속 계획을 세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흘러가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요. 돌아보면, 완벽하게 계획대로 된 해는 단 한 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틈 사이에서 피어난 작고 따뜻한 순간들, 때론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손길이나 뜻밖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제 인생을 지탱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계획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흔들릴 때 나를 지키는 방식을 배워가는 시간이 아닐까요. 오늘도 저는 흔들리면서, 실망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숫자를 세고, 마음을 다잡고, 작은 희망을 붙잡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