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다. 보통이라면 이 월요일 아침, 나는 유니폼을 입고 차가운 트램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스터 공휴일이 나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공휴일은 대부분이 돌아가며 랜덤 하게 쉬는 날이 배정되기에, 정해진 날이 아니면 주말이든 평일이든 일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다. 공식적인 휴무일도 아니고, 계획한 휴가도 아닌 ‘그저 주어진 하루의 선물’ 같은 날이다.
사실 이 하루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나만 알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다음날이라서 몸도 마음도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이젠 예전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진심으로 푹 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10일 만에 처음으로 7시간의 깊은 수면을 취했다. 알람 소리 없이 눈을 떴고,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아무런 일정 없이 소파에 앉아있을 수 있었다. 그저 그런 아침이, 왜 이리 고마운지 모르겠다.
점심 무렵, 스티븐의 아이들이 우리 집에 방문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앉아 푸껫과 방콕, 송크란과 제트스키, 그리고 행복이의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여행의 에피소드를 나누며 웃었다. 행복이는 여행 중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했고, 나는 자연스레 그 모든 장면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화려한 축제도, 감동적인 풍경도 물론 좋았지만, 그 모든 경험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결국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가족이란,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른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다름이 오히려 나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들이다. 나는 스스로를 자주 ‘행운아’라고 부른다.
그리고 오늘처럼 그런 생각이 더 확실해지는 날이 있다.
이런 가족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삶이 주는 가장 큰 복 중 하나다. 이번 여행과 오늘의 조용한 하루를 통해 나는 인생에 대해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와 나누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선택에 달려 있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일에 바치고, 누군가는 사람 사이의 틈으로 흘려보내고, 나는 다행히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게 내가 내 인생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게이로 태어났다.
그리고 처음엔, 그 사실이 삶의 여러 가능성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게이이면서도 아버지고, 남편이며, 가족을 이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이로서 행복하다.
그동안 수많은 도전을 겪으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이루었고, 그 안에서 나는 진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부모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이야?”
나는 이제 망설이지 않는다.
“이건 하늘에서 내려준 행운이에요.”
오늘 하루는 어쩌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을 조용히 정리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다짐하게 한 하루였다.
공휴일 하나가 주는 여유가 이토록 큰 깨달음을 안겨줄 줄은 나도 몰랐다.
한 번뿐인 인생, 그 인생을 사랑과 용기, 그리고 가족의 이름으로 채워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