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을 준비하며 은근히 기대했던 건 파티에서..

by Ding 맬번니언

호주로 돌아오기 전날, 나는 아티를 만났다. 그와의 인연은 내가 호주에 처음 도착한 어느 날 밤, 시드니의 클럽 미드나잇 시프트에서 시작됐다. 동양 게이들이 자주 가던 그 공간에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고, 그 인연은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흘러왔다.

마지막으로 아티를 만난 건 딱 10년 전,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 방콕에서였다. 그리고 이번, 다시 10년 만에 그를 같은 도시에서 마주했다. 그것도 출국을 하루 앞둔 날 밤이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아티는 나와 같은 1979년생, 중국계 태국인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고 예전과 같은 태국 말투로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답게 포옹을 하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대화 중에 이번 여행 동안 내가 참석한 지서킷이라는 게이 파티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태국 여행은 행복이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처음 만나는 뜻깊은 여정이었지만, 어쩌면 그만큼 내 과거와 다시 마주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파티에 가기 위해 몇 달 동안 운동도 하고 몸도 만들고 다이어트도 하고 열심히 준비한 것도, 단순한 외모 치장이 아니라 한때 내가 살아낸 어떤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가기 전에 아티에게 파티 참석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아티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파티 안 가. 5년 전부터는 친구들이랑 조용히 지내.”

그래서 물었다.
“요즘엔 뭐 하면서 지내?”
그는 웃으며 말했다.
“주로 집에서 쉬고,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딱 적당한 선에서, 너무 무리하지 않게.”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한국에서 만난 79년생 게이들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의 열정은 이제 익숙한 편안함으로 바뀌고, 소속감은 사람보다 장소에 깃드는 것이 되어버린 지금이다.


우리 모두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중이었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뭉클했다. 이런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지금도, 여전히 내 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러웠다. 아티와 함께 저녁을 먹고, 조용히 술 한잔을 나눈 후 우리는 짧은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사실, 이번 태국 여행을 준비하며 은근히 기대했던 건 파티에서의 짜릿한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운동도 더 열심히 했고, 옷도 챙겼고, 마음도 달궜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 보니, 솔직히 말해 그만큼 재미는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시대가 달라졌고, 그리고 나도 변했다. 더는 예전처럼 새벽까지 음악에 몸을 맡길 수도 없고, 불빛 속에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진 지금이 행복하다. 그리고 더 이상 파티를 위해 나를 가꾸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허한 마음만 더 커진 파티는 참석할 생각이 없다.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느려졌고, 조금 더 차분해졌고, 조금 더…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번 여행이 더 특별했는지도 모른다. 젊은 날의 열정과 지금의 평온이 한 여행 안에서 교차하고, 과거의 친구와 현재의 아이가 같은 이야기 속에 함께 있었던 시간이 꿈만 같았다. 이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내 인생의 어느 계절을 완성시켜 준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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