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는 피싱 수법을 보며, 가끔은 정말 인간의 기술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얼마 전부터 내 브런치 글에 낯선 댓글이 하나둘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다, 혹시 진짜 독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중히 댓글을 달아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글은 더 이상하고 수상했다. 그때서야 ‘아, 이건 피싱이구나’ 하고 눈치챘다. 그 이후로는 그런 댓글은 아예 무시하고 있다.
그러다 며칠 전, 다른 작가님의 브런치에서도 피싱 관련 댓글을 보게 되었다. 그 글을 읽으며 ‘이제 브런치에도 이런 것들이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참 슬펐다. 내가 애정을 갖고 글을 올리는 이 공간마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그 편리함을 악용하려는 시도들도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온라인 쇼핑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행복이의 피아노 연습을 도와주기 위해 메트로놈을 하나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둘러보았다. 몇몇 사이트를 비교해 보다가 가격도 적당하고 제품도 괜찮아 보여 5월 1일에 주문을 완료했다. 가격은 약 3만 원 정도로 아주 비싼 물건은 아니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문 후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배송 안내나 확인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보통은 구매 직후 바로 확인 메일이 오고, 이틀 안에 발송 소식이 들려오는 게 일반적인데, 이 사이트는 묘하게 조용했다. 6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물건을 보냈다’는 확인 메시지는커녕, 어떤 반응도 없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사이트를 다시 찾아 이메일을 보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메시지가 차단되었다. 사이트 하단에 나와 있는 주소를 확인해 보니, ‘Betuwehaven 8, Nieuwegein, Utrecht, 3433 PV, the Netherlands’… 무려 네덜란드였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호주에서 겨우 3만 원짜리 메트로놈을 주문했는데, 그것이 네덜란드에서 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무리 전 세계 쇼핑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이건 도저히 상식 밖의 일이었다. 그리고 무료 배달이었다. 결국 나는 또 한 번, 온라인 공간에서의 무방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피싱과 사기의 그물망은 더 촘촘하게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아이의 연습을 돕고자 하는 작은 마음이, 이렇게 의심과 허탈함으로 되돌아올 줄은 몰랐다. 세상은 참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우리는 ‘의심’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점점 더 일상 속에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결국 은행에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것이었고, 금액도 크지 않아서 ‘설마 이걸 해결해 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걸고 상담을 받아보니, 뜻밖에도 호주의 은행 시스템이 꽤나 잘 갖춰져 있다는 걸 느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용카드 보안 시스템이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자, 상담원은 흔들림 없이 조치를 안내해 주었고, 조사 절차를 거쳐 해당 결제 금액을 환불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액은 약 3만 원 정도로, 아주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이었다. 요즘같이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된 시대에, 소비자가 실수하거나 의심스러운 사이트에 노출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꽤나 위안이 되었다. 순간적으로는 허탈하고 속상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작은 사건 하나를 통해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느낀 것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의 정당한 소비’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결국 오늘 하루는 피싱과 실망,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안도감이 교차한 하루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