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근무를 끝내고 당일에 골드 코스트로 떠났다.

by Ding 맬번니언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은 순간이 있다. 지금 내가 바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지금 골드 코스트에 와 있다. 아마도 이번이 스티븐 부모님 집을 찾는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다.

스티븐과 함께한 지난 19년 동안, 나는 해마다 몇 번씩 이곳을 찾았다. 때로는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바다가 보고 싶어서.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스티븐의 가족이 살고 있었고,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나에게도 이 도시는 점점 익숙하고 정든 장소가 되어갔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새벽 근무를 마치고 곧장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는 길이, 몸은 몹시 피곤했지만 마음은 꽤 따뜻하고 가벼웠다. 무언가를 마무리하러 가는 여정은 대개 고되고 감정적으로 복잡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게도 담담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스티븐 어머니의 생신이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가족의 추억을 담아왔던 골드 코스트의 집과 작별을 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생일 파티이자, 이 집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farewell 파티. 아마도 이 공간에서 함께 웃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다.

기념과 작별이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시간. 우리는 웃기도 하고, 그리움에 잠기기도 하겠지만, 분명 또 다른 시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티븐의 부모님도 말씀하셨다.
“아쉽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냈고, 후회는 없어.”
그 말을 들으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이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어서,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


멜버른은 이번 주말 날씨가 참 좋다고 한다. 맑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골드 코스트는 연일 비가 내리고, 하늘은 잿빛으로 가득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날씨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닫는다. 흐린 날씨 아래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의 마지막을 함께 걸으며, 나는 다시 한번 삶의 소중한 장면들을 마음에 새긴다. 피곤하지만 참 따뜻한 하루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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