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달리기는 호흡이 중요한 거 알지?

by Ding 맬번니언

처음으로, 행복이의 크로스컨트리(오래 달리기)를 보지 못하는 날이 왔다. 나는 그동안 아이의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스스로도 인정하는 열혈 부모였다. 운동회든 발표회든, 심지어 아주 짧은 학급 활동까지도 "우리 아이가 참여한다면 나도 반드시 간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런 나였기에, 오늘 행사에 참석을 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새벽 근무가 시작되었고, 아침에 열리는 행사는 이제 더 이상 내 시간과 맞지 않게 되었다. 일을 끝내고 나면 이미 행사는 끝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장면들은 지나가 버린 뒤다.


솔직히 너무 슬펐다.


마음은 가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말이다. 아이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 그 아쉬움과 미안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인생은 결국 모든 걸 다 할 수 없는 것, 모든 걸 다 해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배우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 대신 스티븐을 보내기로 했다.


세상에서 제일 바쁜 남자인 스티븐을 말이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꼭 가야 해?”라며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멀리도 아니고, 집에서 5분 거리야.
행사 전체가 아니라도 돼, 딱 10분만 시간을 내줘.”

그렇게 실랑이 끝에, 스티븐은 결국 공원으로 향했다.


나는 트램을 운전하며 일하는 와중에도 계속 행복이가 신경 쓰였다. 아이의 긴장한 얼굴이 떠오르고,
추운 아침 공기 속에 몸을 푸는 모습이 그려졌다. 다행히 근무 중 쉬는 시간과 딱 맞물려 아이와 잠깐 통화할 수 있었다. 나는 짧지만 간절한 한마디를 건넸다.

“오래 달리기는 호흡이 중요한 거 알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리듬 찾아서 천천히 달려야 해. 넌 할 수 있어.”

행복이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조용히 “응”이라고 대답하는 그 목소리에 나는 그 아이가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짧은 통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손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자꾸만 운동장에 머물렀다. 시계를 보니 아침 10시 지금쯤 출발했겠지. 지금쯤 숨이 턱까지 차올랐겠지. 행복이가 3km 긴 거리를 어떻게 달리고 있을지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간절함을 키웠다. 그리고 내 근무가 끝나기도 전에, 행복이의 경기는 이미 끝이 났다.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스티븐이 전화를 받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놀라지 마.”
그 짧은 한마디에 심장이 순간 쿵 내려앉았다.

“행복이가… 35명 중에 4등 했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연습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자신감도 없어했던 아이였다. 나는 그저 무사히 완주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4등이라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기특하고, 놀랍고, 눈물이 핑 돌 만큼 뿌듯했다.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 일.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자리에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달려온 결과였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비록 함께하지 못한 아침이었지만, 아이의 삶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이 쌓였다는 걸.

그 장면에 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 아이의 뒷모습을 응원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내가 없어도 행복이 혼자 잘할 수 있음을 배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기 싫어.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