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노력도 서툴게, 엇갈리게, 실패처럼

by Ding 맬번니언

치카가 우리 집에 온 지 며칠, 그녀를 위해 나는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바운더리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에는 그 공간이 치카에게 안정감을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그 바운더리는 무너졌다. 치카는 담을 밀어서 넘어 틀렸다. 나는 당황했고, 솔직히 말하면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는 그녀가 너무 쉽게 밖으로 나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으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제대로 된, 더 튼튼하고 명확한 바운더리를 만들어주었다. 이번에는 시야를 가리지 않고, 치카가 좋아하는 공간도 더 넓게 열어주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치카는 한결 안정되어 보였다. 구석에 웅크려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공간에서 편히 누워 쉬는 모습에 나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렇게 치카를 돌보고 행복이와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테니스와 농구 연습을 하러. 늘 그렇듯, 나는 행복이를 돕기 위해 애쓴다. 조금 더 잘했으면, 조금 더 집중했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말을 조금만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오늘의 행복이는,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한 번만 더 집중해 봐.”

몇 번을 말해도, 돌아오는 건 무심한 태도와 느릿한 움직임뿐이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말았다.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아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마음은 언제나 순수하지만, 그 순수함이 늘 아이에게 온전히 닿지는 않는다.


나의 기대와 아이의 현재가 엇갈릴 때, 그 거리만큼 감정의 파열음은 커진다. 오늘은 그 틈이 작지 않았다. 우리는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어색한 정적이 가볍게 공기 중에 떠다녔지만, 그 속에서도 일상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조금 다르게, 행복이에게 저녁상을 차리는 걸 함께 해보자고 했다. 아이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조심스러운 손으로 그릇을 나르고, 숟가락을 놓고, 식탁보를 펴며 작은 역할을 해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조그마한 손으로 삐뚤빼뚤하게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는 것조차 아이에겐 하나의 ‘도전’ 일 수 있는데, 나는 너무 쉽게 ‘왜 안 되냐’고 다그쳤던 건 아닐까.

저녁상이 차려지고, 우리는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음식, 익숙한 냄새, 하지만 마음 한편엔 조금씩 가라앉는 따뜻한 이해가 있었다.

“오늘은 아빠가 좀 미안했어.”
내가 먼저 조용히 말했다.
행복이는 수저를 들던 손을 멈추고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나도 말 안 들어서 미안해요.”

우리는 그 말 한마디에 다시 하루를 품에 안았다. 삐걱였던 오후는, 따뜻한 저녁 한 끼로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부모와 아이의 하루란, 이렇게 엇갈렸다가, 또다시 만나는 것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깊이,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치카와도, 행복이 와도 조금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애쓴 날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노력도 서툴게, 엇갈리게,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안다. 이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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