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걸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by Ding 맬번니언

내가 스티븐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지 마.

스티븐 부모님과 가구 쇼핑중



스티븐이 드디어 스티븐 부모님과 함께 멜버른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기다린 이사였고, 골드 코스트에서의 마지막 정리를 마친 귀환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내 삶은 한층 더 분주해졌다. 정신이 없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가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흘러가고 있다.


행복이를 돌보고, 치카를 돌보는 일상만으로도 이미 내 시간은 꽉 찼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것과 강아지를 기르는 것은,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다. 하루에도 몇 번씩 먹고 싸고, 울고, 놀고, 자고…
그들을 위해 그 흐름을 따라가는 일은 나를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행복이와 강아지 치카와 이제는 스티븐의 부모님까지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 집에 완전히 사시는 것은 아니고 골드 코스트에서 이삿짐이 올 때까지 우리 집에 계신다. 50년 넘게 골드 코스트에서 살아오신 분들이다. 그 긴 세월을 정리하고 마지막 챕터를 우리 곁에서 시작하기로 하셨다.



스티븐 아버지는
"이젠 죽으러 왔다"며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그 말 안에는 어딘가 쓸쓸하고도 담담한 현실이 배어 있었다. 이번에 이사한 ‘더 클래식’이라는 곳은 한국으로 치자면 실버타운 같은 공간이다. 조용하고 깔끔하며, 노년의 삶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다. 그곳이 이 분들의 마지막 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문득 많은 감정이 뒤섞였다.



우리는 각자 아직 새로운 일상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서로를 맞추어 가는 중이다.

스티븐 어머니는 초기 치매 증상이 시작되었고, 낯익고 따뜻했던 골드 코스트를 떠나온 뒤로 그리움과 혼란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낯선 도시, 낯선 집, 낯선 공기 속에서 어머니는 자주 눈시울을 붉히고 말끝을 흐리며 마음을 숨기려 하신다.


반면 스티븐 아버지는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또렷하시지만, 육체적으로는 눈에 띄게 약해진 상태다.
걷는 것이 불편하고, 혼자서는 여러 가지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두 분의 곁을 더 자주 지키게 되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스티븐이 출장 계획을 말했을 때, 나는 솔직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멜버른의 추운 겨울을 벗어나 따뜻한 다낭으로 며칠 다녀오는 건 그에게 좋은 휴식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스티븐 부모님이 나를 도와 행복이의 일상에 힘이 되어주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날 며칠을 함께 지내다 보니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하루가 세 겹의 돌봄이다.

아침엔 출근해서 일을 하고,
낮엔 치카와 산책을 하며 훈련을 반복하고,

오후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행복이를 챙기고,

그리고 틈틈이 스티븐 부모님을 챙겨야 하고

이 모든 걸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면?
질문은 곧 현실이 되었다.
나는 결국, 스티븐에게 이번 출장만큼은 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조차도 내 결정이 아쉬웠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빈자리는
남겨진 사람에게 아주 크고
아주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물론, 나도 안다.
스티븐에게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회사에서 제공하는 공짜 휴가를 누가 마다 할까?
그래서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과 마음이 달라질 만큼 지쳐가고 있는 나 자신을, 이제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티븐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몸이 안 좋아서 종종 그렇게 쓰러지신다. 내가 스티븐 없이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런 노력도 서툴게, 엇갈리게, 실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