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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감히 내 손자(조카)를 내쫒아?!!"

“이 나쁜 놈이 나를 우리집에서 쫓아냈어”

by Ding 맬번니언

2016년 12월 25일 과거 이야기


스티븐 동생 크리스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 위해서 말레이시아에서 왔다. 스티븐, 나, 행복이, 소피아, 조슈아, 크리스와 아멜리아, 쌍둥이 둘, 그리고 스티븐의 부모님도 골드 코스트에서 오셨다. 올해엔 새로운 멤버도 한 명 더 있다. 바로 소피아의 남자 친구 토마스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집을 나가 독립했던 조슈아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와주었다.

"함께 산 세월은 무시 못 한다." 뭐 그런 걸까? 오랜만에 만난 조슈아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웠다. 새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조슈아를 보며 우리가 함께한 10년의 세월이 가지는 의미가 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얀을 만나고 온 지 얼마 안 지나서일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나는 내가 팥쥐 엄마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조슈아가 크리스마스에 온다고 했을 때 다른 스티븐의 가족들 눈치가 보였다. 내가 얀이 전처의 아이들을 내쫒았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처럼 스티븐의 가족들이 나를 팥쥐 엄마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가 크게 다툰 후 조슈아에게 내가 상처를 줄만한 이야기까지 했고 결과적으로 조슈아가 선택할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건 나였다.


" 지금 사는 집은 어디야? 누구와 살고 있니?"


하지만 예상밖으로 스티븐의 가족들은 조슈아의 독립을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평소처럼 안부를 나눴고 조슈아에게도 마치 자연스럽게 독립할 때가 되어서 나간 것처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조슈아도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보았던 것처럼 " 네가 감히 내 손자(조카)를 내쫒아?!!" “이 나쁜 놈이 나를 우리집에서 쫓아냈어” 이러면서 화를 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내가 조슈아와 함께 살고, 이들을 알고 지낸 지난 10년 동안 스티븐의 가족들 역시 나를 10년간 보아왔고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이든 나는 조슈아가 떠날 때 이제 이런 화목한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평온하게 지나가는 것 같아 안심되었다.


‘이제 행복이의 3번째 크리스마스이다.’


3번째 크리스마스는 맬번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번엔 특히 크리스네 쌍둥이 딸들과 행복이가 함께 놀 만큼 커서인지 이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쌍둥이들은 쿠키와 애기인데 그중에서도 쿠키가 행복이를 너무 잘 챙겨줘서 고마웠다. 함께 트램폴린을 뛰고 수영장에 물놀이를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보니 어른들은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언제 저렇게 커서 함께 뛰어놀게 된 건지, 매일 행복이를 보면서도 어느 순간 부쩍부쩍 커 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언제 클 거니…’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막상 ‘크는 게 아까워.’라는 마음이 든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세 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정말 별다른 일 없이 평온하고 행복하게만 지나가고 있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이제껏 설날과 추석이 가장 중요한 명절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호주에 와서는 크리스마스를 가장 크게 보내다 보니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처럼 여겨진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음식, 만나는 사촌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와 행복이를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같다. 행복이에게도 그럴까? 내가 선택했기에 행복이의 고향이 되고, 행복이 인생에 가장 큰 명절이 된 이 크리스마스를 행복이도 가장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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