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나이 듦 실용강좌

by Ding 맬번니언

어젯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orean Sexual-minority Culture & Rights Center)에서 주최한 커플 관련 실용강좌를 들었다. 브런치 이웃인 선우비 님이 '커플'강연 소식을 올려주신 덕분에 처음에는 응원의 마음으로 2시간 줌 강연을 참석했다.

하지만 단순히 수다를 떨고 끝나 줄 알았던 강좌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는 가끔 우물 안 개구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나에게는 곧 전부’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 만약 내가 우연히 선우비 님의 글을 보지 못했다면, 이 강연이 존재하는지도 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나처럼 오래된 커플들이 겪는 고군분투가 얼마나 많고 다양하게 존재하는지 그들의 강연을 듣고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내 우물 안에서 늙어갈 것이다.


나는 오래된 커플들이 겪는 수많은 문제들 중 ‘섹스’라는 주제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다 보면 섹스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 커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함께한 지 7년쯤 되었을 무렵, 우리는 첫 고비를 맞았다. 그 시기를 지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을 다 해보았다. 서로의 노력이 있었고, 때론 지치기도, 웃기기도, 슬프기도 했다.


그러다 행복이가 태어났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살아 있음을 확인받기 위해 하는 섹스는, 이제는 내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 젊었을 땐, 섹스는 나를 증명하는 행위처럼 느껴졌고, 사랑의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행위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19년 된 커플이고,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때로는 다시 시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도 한 사람과 19년은 처음이고 그들도 처음이라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리고 다른 커플들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 강연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우리 커플만 문제를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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