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틀어지고, 삶은 흘러간다

by Ding 맬번니언

인생은 정말, 절대로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 계획은 스티븐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멜버른의 추운 겨울을 잠시 벗어나 따뜻한 다낭에서 일도 하고, 숨도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늘 예상 밖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스티븐 부모님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다가왔고, 우리는 그제야 실감했다. 이제는 더 이상, 두 분을 혼자 두는 것이 안전하지도, 편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은 도움이 필요하신다. 그렇게 스티븐의 출장은 조용히 접혔다. 큰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었다.


스티븐 부모님은 6월 1일, 골드 코스트에서 짐을 받고, 실버타운 ‘더 클래스’로 이사하실 예정이었다.

멜버른으로 내려온 첫겨울, 새 보금자리에서의 시작을 천천히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계획도 그대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뜻밖에도 우리 집 강아지 치카가 있었다. 치카는 이제 막 우리 가족이 된 지 몇 주 된 아직은 세상에 낯선 작은 강아지였다. 그런데 그 조그마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아침 5시 30분이면 내 출근 시간에 맞춰 치카가 우렁차게 짖어댔다.


스티븐 부모님께는 그 소리가 단순한 강아지의 귀여운 짖음이 아니었다. 매일 새벽을 깨우는 알람처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소음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초기 치매 증상과 불면이 겹쳐 예민해진 상태였고, 아버지도 약해진 몸으로 반복되는 깨움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집은 주택이다. 아늑하지만 한국이랑 다르게 겨울엔 난방이 잘되지 않는 그런 집이다. 반면, 스티븐 부모님이 머물게 될 실버타운 더 클래스는 노인분들을 위해 난방이 잘 되고, 구조도 어르신들에게 최적화된 곳이다. 골드 코스트에서 50년 넘게 살아오신 분들에게 멜버른의 겨울은 너무나 추웠고, 우리가 함께 지내는 이 집은 그분들께는 따뜻하지 못한 공간이었다.

결국, 우리는 결심했다. 예정보다 앞당겨 부모님을 더 클래스로 보내드리기로.

급하게 짐을 정리했고, 우리 집에 있는 여분의 침대를 골드 코스트에서 물건이 오기 전까지 빌려드렸다. 우리 집을 떠나시기 전, 환하게 웃던 두 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미소 안에는 미안함도, 고마움도, 그리고 안도감도 함께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세운 계획은 언제든 틀어질 수 있지만, 그 틀어짐 속에서 진짜 삶이 피어난다는 것.

누군가는 여행을 미루었고, 누군가는 새벽 소리에 잠을 설쳤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앞당겼다. 하지만 그 모든 조정과 변화는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누군가 조금 더 잘 쉬기 위해,
누군가 더 덜 외로워지기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따뜻해지기 위해.

삶은 늘 예측을 벗어나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함께 맞춰간다.
계획은 어긋났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더 나은 방향이었다고 믿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가족이라는 이름의 하루를 쌓아가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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