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직장을 다니며 가장 머리 아픈 일 중 하나는 휴가다. 지금 직장은 다 좋은 데 휴가 승낙받기가 정말 힘들다. 우리 직업 특성상, 2026년 내년 휴가도 미리 예약해두어야 한다. 즉흥적인 여행은 꿈도 못 꾼다.
'쉬고 싶을 때 쉬는 것'은 이 일에서는 사치에 가깝다. 그나마 나는 파트타임이라서 가능하지만 풀타임은 휴가 변경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번 9월, 우리는 큰 여행을 앞두고 있다.
그리스와 영국 여행을 계획 중이다. 스티븐의 직원 중 한 명이 그리스 섬 로도스(Rhodes)에서 9월 4일에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처음엔 행복이 빼고 나와 스티븐, 둘만 다녀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멜버른에서 그리스를 가려면 최소한 20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한다. 그렇게 먼 곳이라면, 단 며칠 다녀오기엔 너무 아깝다. 그리고 스티븐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도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우리는 마음을 굳혔다. 행복이와 함께 다 같이 가자.
“이왕 가는 거, 2주일은 다녀오자.” 그렇게 휴가 신청서를 냈고,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마침내 겨우겨우, 휴가가 승낙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비행기 값은 다른 나라에 거의 두 배 이상이다. 성수기 유럽행은 꿈만큼이나 가격도 높았다.
내가 유럽을 처음 간 건 2008년이다. 너무 좋아서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었다.
“앞으로 자주 오자. 유럽은 꼭 다시 오자.”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유럽은… 생각보다 훨씬 먼 곳이다.
물리적인 거리도,
시간의 여유도,
금전적인 부담도
모두 우리를 그곳으로부터 점점 멀게 했다.
그렇게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이 두 번째 유럽 여행이고, 처음 가보는 그리스다. 그래서 내 안에는 설렘과 기대가 공존한다. 한편으로는 휴가 하나를 계획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직장인들은 다 이해할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 유럽가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우리는 내 휴가가 승낙되고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비행기 표도 구입해야 하고, 세부 일정도 짜야한다. 할 일이 아직도 너무 많다.
그래도 마음은 이미 지중해의 햇살 아래를 걷고 있는 것처럼 들떠 있다. 유럽은 여전히 멀지만, 이번만큼은 그 거리를 이겨내고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리스 섬 로도스에서는 스티븐의 직원이 9월 4일에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스티븐의 조카는 영국에서 출산을 앞두고 있다. 예정일이 마침 우리가 도착할 즈음이다. 행복이의 갓 마더 줄리엣도 현재 영국에서 머물며 일하고 있다. 이 여행은 단순히 낭만적인 여행이 아니다. 내 멘토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보낼 생각이다. 그렇게 삶 속의 사람들과 이어지는, 관계의 여행이다.
여행을 준비하며 내 마음속에 자꾸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20시간이 넘는 비행, 젊을 땐 버틸 수 있었던 그 긴 여정이 앞으로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두 번째 유럽 여행이 오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시간도, 상황도 언제나 우리 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유럽은 멀고, 삶은 늘 바쁘며, 여유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한 번뿐일지도 모를 기회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놓치고 싶지 않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