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이의 축구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연습이 끝날 무렵, 함께 연습하는 친구 네이트의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자신 대신 네이트를 픽업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고, 원래는 헤어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요즘은 헤어 디자이너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급한 과제가 있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마침 우리 가족은 저녁에 태국 식당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축구 연습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네이트도 함께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네이트는 외식을 자주 해본 적이 없는 듯했다. 우리가 자주 가는 태국 식당이나 KFC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반짝였고, 메뉴를 고를 때도 조금 망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행복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확실한 아이다.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여행 이야기로 이어졌다.
행복이의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데, 우리 가족은 9월에 유럽 여행이야기가 나왔다. 그 말에 행복이는 프랑스어 몇 마디를 읊조리며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일본 여행과 올해 다녀온 태국 여행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신나게 설명했다.
그때 네이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지금 까지 아직 한 번도 해외에 가본 적 없어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골드 코스트도 안 가봤어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의 말에서는 왠지 모를 거리감과 서글픔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중에 크면 멋진 사람이 돼서, 여기저기 멋진 곳 많이 다니게 될 거야. 혹시 지금은 어떤 게 좋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네이트는 축구와 체스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조금 미소가 번졌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이에 비해 네이트는 확실히 경험의 폭이 좁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 아이에게 펼쳐질 가능성은 오히려 더 클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네이트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의 말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나도 어릴 적엔 외식이라는 게 특별한 날에나 가능한 일이었고, 여행은 TV 속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때 느꼈던 세상과의 거리감, 소외감 같은 것들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 행복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여행을 함께 다니고, 낯선 음식도 먹어보고, 새로운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기회를 주려 한다. 단지 부러움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넓고 자유롭게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또 한 번 그 차이를 실감했다. 같은 나이,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지만
어떤 아이는 새로운 음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아이는 메뉴를 고르며 망설인다.
어떤 아이는 여행 이야기를 쏟아내고, 어떤 아이는 "나는 해외에 가본 적이 없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경험이 얼마나 사람의 생각과 말투, 눈빛까지 바꾸는지를 느꼈다. 그래서 더더욱 다짐하게 된다. 행복이에게 세상의 넓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리고 언젠가, 네이트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