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셔...

by Ding 맬번니언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스티븐 아버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침, 스티븐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셔… 자신의 이름조차도…”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우리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증상 때문에 의료진은 혹시 뇌졸중이나 뇌출혈이 아닌지 검사를 시작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그 긴장감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다행히도, 뇌졸중이나 출혈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정말 안심해도 되는 걸까?
검사 결과는 괜찮다고 해도, 아버지의 기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행히 일부 기억은 서서히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 환청이 들린다고 하셨다. 무언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몸이 아니라 마음 깊은 어딘가에서 아버지가 지금 싸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이 일시적인 혼란이기를, 그리고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아버지가 예전처럼 웃으며 우리 이름을 부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요즘 호주 멜버른의 날씨도 한몫한다. 하늘은 흐리고, 비는 오락가락하고, 바람은 살을 파고들 듯이 차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목이 칼칼한 걸 보니 아마도 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싶다.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지만, 나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스티븐 아버지에게 건강 문제가 생기는 모습을 지켜본 그날, 나는 결국 마음도 몸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병가를 제출했다. 호주는 병가를 내기 위해선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내 상태를 확인한 뒤, 조용히 말했다.

"이틀은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세요. 다음 주쯤 다시 출근하세요. 지금은 쉬는 게 최선입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병가라는 건 단순히 출근하지 않는 날이 아니라,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주는 '정지 버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무너질 듯한 순간에는, 잠시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


스티븐 아버지가 앞으로 어떻게 되실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불확실함이 주는 무력감과 슬픔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날카롭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현실이, 마음을 점점 무겁게 짓누른다. 게다가 내 몸 상태도 좋지 않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그만큼 약해지는 걸까.

평소 같으면 버텼을 일들도 오늘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작은 걱정 하나도 눈물처럼 흘러내릴 것만 같다. 어쩌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슬픔은 몸이 보내는 작은 경고이자, 감정이 쌓여온 시간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하고 넘기기엔 가슴 한쪽이 너무 아리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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