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나의 과거 일부와 조용히 작별했다. 어쩌면 우리는 늘 작별하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크든 작든,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의 이별 속에서 우리는 자라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다. 호주에 와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그 시절, 나에게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처음 말해준 존재가 있었다.
바로, 내 미싱이었다. 그건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손에 쥔 도구였다. 그 미싱은 나에게 ‘성공’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줬다.
작은 천 조각이 옷이 되고, 마음이 작품이 되어 세상에 보이는 그 경험은 살아있다는 확신을 내게 줬다. 그래서 솔직히, 이별은 쉽지 않았다. 차고 한쪽에 조용히 놓여 있던 그 미싱 앞에서 몇 번이고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이 미싱이 누군가에게 미래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또 다른 시작이자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입을 원했지만, 나는 스리랑카에서 온 한 아주머니에게 드리기로 했다. 아이들을 키워낸 뒤, 이제는 오롯이 자신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미싱을 구입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따뜻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미싱과 함께, 내가 애지중지하던 마네킹도 그냥 드렸다.
그녀가 걸어갈 새로운 길에, 나의 과거가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나는 내 과거의 일부를 놓아주었다. 그 자리에 누군가의 꿈이 자라나길 바라며,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당당히 작별을 건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