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나이 들고, 똑같이 몸이 약해지고, 똑같이 병실

by Ding 맬번니언

오늘, 나는 스티븐 아버지를 병문안했다.그동안 감기 기운도 있어 일부러 방문을 미뤄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병실로 향했다.우리는 스티븐 어머니와 함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머니는 이미 아침에도 병문안을 다녀오셨고, 같이 점심을 먹고 또다시 병원으로 오신 것이었다. 병실에 들어서자 마자 두 분이 마주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I miss you.” 그리고 어머니도 부드럽게 같은 말을 되뇌셨다.

“I miss you too.”

그 장면을 보고 나는 그만 눈물이 났다. 수천 번쯤은 나누었을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말조차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두 분이 마주 앉아 다시 나누는 그 한마디는 사랑이었고, 그리움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할 줄 아는 늙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그렇게 늙고 싶다고 생각했다. 몸은 약해지고 기억은 흐릿해져도, 손을 맞잡고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로 말이다.

두분을 보고 있으니 동시에, 문득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고, 어머니가 병문안을 가시긴 하지만 두 분 사이에는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 서로를 향한 눈빛의 떨림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게 문화의 차이인지, 아니면 오래된 상처와 시간이 만든 거리 때문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괜히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나도, 우리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더 애틋해지는 사이로 늙어갈 수 있기를.


똑같이 나이 들고, 똑같이 몸이 약해지고, 똑같이 병실에 마주 앉아 있는 노부부라도 어떤 부부는 서로의 손을 잡고 “보고 싶다”고 말하고, 어떤 부부는 그냥 조용히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생각한다.
그건 시간의 차이도, 성격의 차이도 아닌,‘서로를 향해 노력하기로 한 선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고.

사랑도, 다정함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노력하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


어떤 노부부가 될지는,결국 우리가 오늘 어떤 관계를 쌓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오늘 “I miss you.”라고 말하는 그 장면을 보며다짐했다.


나도 언젠가는, 아니, 매일 조금씩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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