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는 연금 보험이 싫다. 하지만...

by Ding 맬번니언

아빠 사업이 망하고 집에 돈이 없어지자 나는 엄마를 위해 20년 동안 연금을 부었다. 매달 20만 원씩, 꾸준히 한 번도 늦지도 않았다. 그 돈은 그냥 돈이 아니었다. 내가 호주에서 살면서 보내드린 마음이었고, 엄마가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생각하며 조금씩 미리 준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부터 그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엄마도 연세가 많이 드신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보험사 직원들은 보험을 ‘팔 때’는 친절함의 끝판왕이더니, 막상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가 되니까, 연락은 더디고 절차는 복잡하고 사람 속은 타들어간다. 더 안타까운 건 내가 한국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문제가 살짝 복잡했다.

작은 외숙모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걸 보며 한 가지 분명하게 느꼈다. 세상은 내 밥그릇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번달 6월 29일부터 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전에 모든 절차를 마쳐야 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내가 직접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 딱 그 상황이었다.


20년 동안 매달 20만 원씩 부은 금액은 총 4,800만 원이나 모았다. 이제부터는 매년 120만 원씩 20년간, 총 2,400만 원을 받게 된다. 단순 계산만 놓고 보면 절반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셈이다. 누구는 손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연금은 20년이 지나도 엄마가 살아 계시는 동안은 계속 지급되는 종신형이다. 오래 사시면 사실상 내가 낸 원금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엄마가 내가 넣어 드린 연금 때문만이 아니라도 장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연금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엄마가 매년 받는 ‘내가 곁에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전화기를 들고 보험사와 씨름한다. 엄마를 위해 준비한 20년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 시작되는 다음 20년을 위한 준비를 하며.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손해 보는 연금 보험이 싫다. 20년 넘게 부어놓고, 돌려받는 건 고작 절반이라니. 그 돈을 차라리 적금이나 투자에 넣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20년 뒤면 나도 60이 넘는다. 그때쯤이면 내가 지금처럼 엄마에게 무언가를 계속해드릴 수 있을까? 건강은 괜찮을까, 경제적인 여유는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했다. 백 원을 받는 게,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적게라도, 끊기지 않고, 엄마의 계좌로 꼬박꼬박 입금되는 그 돈이 내가 먼 호주에서 보내는 작은 용돈이 되기를 바랐다. 매달 찍히는 그 자동이체 내역이 ‘아들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조용한 신호가 되기를 바랐다.


이 연금 보험은 더 이상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나는 이 보험을 통해 엄마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는 셈이다. 그리고 언젠가,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그래도 나는 끝까지 해드릴 수 있는 걸 했다”는 그 조용한 위안 하나만 남아 있기를 바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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