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무려 10년 만에 텔레비전을 교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6월 호주는 세일을 많이 하기에 가전제품을 바꾸는데 좋은 달이다. 10년이라니, 세상은 바뀌고 기술은 날아가는데, 우리 집 TV는 여전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화질이 지금 텔레비전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오래 쓰긴 정말 오래 썼다. 리모컨 버튼은 글자가 다 지워졌고, 화면은 종종 잠시 멈췄다가 "나 아직 살아 있어요" 하듯 깜빡이며 되살아나곤 했다. 이쯤 되니 ‘정든다’는 표현이 진짜였던 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까지나 과거에 머물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 세일기간이라서 결심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무슨 제품을 살 것인가?
"우리는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 정말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하지 않는 한국제품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한국에서는 삼성이고 LG고 일본 제품이든지 대충 스펙만 보고 골랐던 것 같은데, 외국에 살고 나니 이상하게 무조건 ‘한국 제품’부터 찾게 된다. 솔직히 요즘 일본 제품도, 중국 제품도 좋다는 건 안다. 하지만 뭔가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국 제품 아니면 안 돼!”
그리고 나의 평소 "신념가전제품은 LG가 최고다"를 되새기며 LG TV를 유심히 살펴봤다. 디자인도 예쁘고, 평점도 괜찮고, 성능도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런데 가격 비교를 해보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삼성 이거... 더 싸네?"
LG가 좋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고, 나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또다시 삼성 TV를 구입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TV뿐만이 아니다. 우리 집 냉장고도 삼성, 전자레인지도 삼성, 휴대폰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삼성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는 삼성 영업사원인 줄 알겠다.
이쯤 되니 약간 웃기기도 하다. LG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항상 선택의 순간에는 묘하게 삼성이 이긴다. 가격이 한몫했고, 익숙함도 한몫했고, 기계마다 연동이 된다라는 무의식도 한몫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고백한다.
"삼성아, 너랑 나... 이렇게 또 인연이 이어지네."
마침내 삼성 TV가 우리 집에 도착했고, 10년 묵은 TV는 조용히 퇴장했다. 박스를 열어 새 TV를 꺼낼 때 나는 마치 명절 아침 선물 뜯는 아이처럼 설렜다.
“와, 화면 진짜 넓다…”
“진짜 선명하네…”
행복이가 옆에서 "이거 영화관 같아!" 라며 감탄하던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살짝 웃었다.
10년 만에 바꾼 TV.
또 삼성이다. 역시 나는 삼성 마니아였나 보다. 좋은 것은 알겠는데 호주 LG 제발 삼성보다 세일 좀 많이 해주세요. 두 제품을 비교하면 늘 조금 더 비싸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버른니언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