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에 행복이를 초대하지 않았다.
나는 이상적이고 좋은 부모는 아닌 것 같다. 늘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늘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그리고 내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나도 다른 부모들처럼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상적인 부모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늘 친절하고, 공감해 주며,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행복이를 10년 키워보니 이제는 안다. 그런 부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 어쩌면 ‘이상적’이라는 말 자체가 환상일지도 모른다. 우선, 내가 어떤 부모밑에서 어떤 사람으로 자라왔는지가 너무나 중요했다.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마다,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행복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면서도 마음속에서 비교가 일어난다.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이렇게 안 해줬어.”
“나는 그래도 행복이한테 더 잘해주고 있어.”
내 안의 ‘과거의 아이’와 ‘지금의 부모’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듯하다. 내 경험을 통해서 아이를 키운다.
그리고 또 하나, 상황이 중요하다. 기분이 좋고, 몸 상태가 괜찮은 날엔 나도 너그럽다. 아이의 실수조차 웃으며 넘길 수 있고, 기다려줄 여유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일도 일부러 파트타임으로 했다. 그런 면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아이까지 돌보는 부모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돈'을 준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이 있어야 다양한 경험도 해볼 수 있고, 아아에게 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먹고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결국 환경, 상황, 여유 이 모든 것이 부모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인 것을 갖추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건, 아이 그 자체다. 아이의 컨디션이 좋고, 말을 잘 듣고, 모든 걸 잘하는 천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런 아이는 세상에 없다. 한가지를 특별히 잘하는 아이가 있어서 자세히 살피면 그 아이도 그 아이만의 문제점이 있다. 나는 그렇게 책 속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아이'는 현실엔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니 그 책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부모’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매일 최선을 다하려는 부모가 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이번 주 토요일, 17일 내 생일에 행복이를 초대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친구들과만 함께하는 생일 파티를 열기로 했다. 늘 아이 중심의 삶을 살아오며, 모든 계획과 감정을 아이에게 맞춰왔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부모’로만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번 생일만큼은, 잠시 ‘부모’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이건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부모이지만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싶다. 나는 내 생일만큼은 기분이 좋고 싶다. 아이가 ADHD 증상을 보여 내 생일을 망치는 것이 싫다. 그래서 행복이는 스티븐 부모님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이상적이고 좋은 부모는 아닌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고 포기하기 하는 것이 그런 부모인데 내 생일만큼은 아이 대신 나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결국엔 아이에게도 더 건강한 부모로 남을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365을 중 하루 정도는 이기적인 부모가 되어보자.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