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감각이 내 안에 또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여자 아이에게 설레는 감정을 말할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내가 잘못 태어난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했고, 가족들을 위해 남들처럼 살아보려 애도 써봤다. 여자와 연애도 해봤고, 관계도 가져보려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섹스를 해보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알았다. 게이라는 건 단지 남자와 섹스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건 표면적인 정의일 뿐이지 나는 여성보다 남성과 더 깊이 마음이 연결되고, 감정이 통해야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게이다. 그래서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어떤 감정인지는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한때는 슬펐고, 외로웠다. 내가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서 무언가를 영원히 빼앗아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외롭게 살다가 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내가 게이로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다고 믿었던 감정을 경험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 17일이다. 나는 처음으로 행복이를 초대하지 않은 생일 파티를 계획했다. 친구들과 저녁을 보내기로 했고, 이번만큼은 '부모'가 아닌, 그냥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직 커튼 사이로 햇살이 채 들어오지 않은 오전 7시, 행복이가 내 방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아빠, 생일 축하해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작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한 포옹이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포옹을 받으며, 마음 한구석이 뜨겁게 차올랐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행복이가 쟁반에 뭔가를 담아 조심스레 걸어왔다. 작은 밥그릇, 컵 하나, 접시 하나 어른 눈엔 엉성한 생일상이지만, 내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침 식사였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평생 모를 줄 알았던 사랑 그 사랑을 지금 이 아이에게서, 조용히, 따뜻하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를 키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무너질 것 같은 날도 있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힐 만큼 고된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처럼, 아이의 눈빛 하나, 손길 하나로 가득 채워지는 순간이 있기에
나는 계속 부모로 살고 싶다.
나는 게이로 태어났고, 여자를 사랑해 본 적은 없지만, 아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것이면, 나는 충분하다. 게이로 태어났다고 해서, 그런 사랑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 나는 사랑받고 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 없는 여성의 도움으로 행복이를 만났고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받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아들에게 받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당신도 그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