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by Ding 맬번니언

호주에서, 호주 가족 덕분에 내 생일을 따뜻하게 보냈다. 스티븐과 그의 가족, 그리고 행복이까지 나만을 위한 시간과 자리를 함께해 준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고, 감사한 주말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은 비어 있었다. 나는 아직도 한국 가족에게 미련이 남아 있다. 이민을 온 지 십수 년, 매해 생일마다 연락을 주고받던 그들과 올해는 아무 연락도 하지 못했다. 행복이가 방학이기도 하고 정신이 없어서 연락을 먼저 하지 못했다.

“정말 괜찮다”라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나와 피를 나눈 가족이기에 정말 서운하다. 그래서 오늘, 감정이 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가 더 아프게 와닿았다. 나는 참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 나 요즘 정말 지쳤어. 한국 식구들과 진짜로 연 끊고 싶어. 솔직히 지긋지긋해. 나는 여기서 이렇게 행복한데, 나 혼자 행복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통화를 마치고, 마음이 복잡해진 나는 행복이를 데리고 새로 개봉한 슈퍼맨 영화를 보러 갔다.

아들을 위해 미리 아이맥스 표까지 예매해 뒀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 행복이에게 어땠냐고 묻자 그저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말았다.

“두 번 다시 너랑 영화 안 볼 거야.”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했다.

나는 화가 난 채로 말해버렸다.
“넌 몰라. 네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나랑 스티븐이 널 위해 얼마나 많은 걸 준비하고 신경 쓰는지, 그걸 고마워하지 못할 망정, 내 기분까지 망치지 말아 줘.”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감정들 사실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 것 아니었을까. 한국 가족에게 느낀 외로움, 엄마에게 받은 미안하다는 말, 그것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내 안에 고여 있다가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터져버린 건 아닐까.

행복이는 단지…
그날의 내 감정이 흘러넘친 작은 파도에 휩쓸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완벽하게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을 내려놓지 못한 것을 알았다.


비록 내 생일은 끝났지만 나의 감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호주 가족 때문에 행복하지만 한국 가족 때문에 불편한 감정들..


어른이 된다는 건 늘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온전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그리고 그런 감정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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