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근 후, 행복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와 온종일 부대끼며 웃고, 놀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참 신기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래서 자식을 키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걸 보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분명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매일이 힘들지만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다.
치카와 달리기를 하는 행복이를 보면 문득 드는 생각 있었다.
나는 한때, 나만 호주에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는 마음에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미안한 감정을 자주 느끼곤 했다. 한국에서는 불행히도 행복하지 못했다. 나는 여기서 호주 가족과 함께 웃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엄마는 외로우실까 봐, 내 행복이 엄마에게는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아들을 키우며 느끼는 이 기쁨과 따뜻함을 생각하면, 엄마도 나를 키우면서 분명 이런 순간들을 느끼셨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토록 미안해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엄마도 나로 인해, 분명 행복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엄마를 늘 배려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엄마도 조금은 행복하지 않을까란 생각.
나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나만 너무 행복한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이제는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다독여본다.
물론 육아는, 그리 낭만적인 일만은 아니다. 특히 ADHD를 가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넘치는 에너지와 감정의 기복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엄마도 3남매를 키우면서 힘드신 점이 많았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끝도 없이 솟아나는 힘이 있고, 나는…
어느새 나이를 먹어 가끔은 잠시 앉아 쉬어야만 하는 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의 끝없는 질문과 움직임이 나를 몰아붙이고, 내 마음의 평정심을 흔든다. 하지만 그조차도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 삶의 일부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아이 옆에 머물러 있다.
행복이가 잠자리에 든 후, 나 혼자 조용히 앉아 하루를 떠올려본다. 분주하고 정신없던 하루였지만,
그 안엔 웃음도 있었고, 사랑도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라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오늘 하루를 참 행복하게 보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고단했지만, 참 잘 살았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내 삶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러니 서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자.
가족이란 함께할 때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함께 있는 가족은 세상 무엇보다 서로를 행복하고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니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