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 스쿨 졸업, 치카와 나의 성장기

by Ding 맬번니언

오늘은 치카의 퍼피 스쿨 졸업식이다. 5주 전, 우리는 처음으로 퍼피 스쿨에 등록했고,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첫 수업에 참여했다. 그날의 치카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공간도,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강아지들이 너무 무서워 보였던 것 같다.

수업이 시작되자, 치카는 내 다리 밑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낯선 강아지가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잔뜩 움츠러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 수업이 정말 치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처음 몇 주간은 치카보다 내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다른 강아지가 다가오면 괜히 조마조마했고, 혹시나 위협을 느낄까 봐 그녀를 보호하느라 정작 트레이너의 말에 집중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보호자이자, 경계자처럼 서 있었고, 치카는 그런 내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더 불안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치유를 가져다주었다. 2주 차, 3주 차가 지나며 치카는 이공간과 다른 강아지들에게 점점 익숙해졌다. 처음엔 그냥 옆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던 치카가 어느 순간 다른 강아지의 냄새를 맡고, 꼬리를 살짝 흔들기 시작했다.

4주 차에는 소심하지만 분명한 '플레이 바우(Play Bow)'를 했고, 오늘, 5주 차 수업이 끝난 후 치카는 옆에 있던 다른 강아지와 짧은 놀이를 나누었다. 그 짧은 장면을 바라보는데 나는 괜히 울컥했다.

겁 많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세상과 마주한 순간.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퍼피 스쿨 졸업이라고 해서, 대단한 수료증이나 행사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어떤 졸업식보다 의미 있는 날이다.

왜냐하면 오늘, 치카는 단지 훈련을 ‘수료’ 한 게 아니라, 세상과의 첫 연결고리를 스스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배웠다. 강아지를 보호하는 일이, 항상 지켜주고 가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조금 물러나서 스스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인 치카도 이렇게 변할 수 있는데, 행복이도 분명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치카의 변화는 아주 미세했고, 때로는 답답할 만큼 느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속도보다 방향이었다. 그리고 결국 치카는 스스로의 속도로,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세상과 연결되었다. 행복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느리고, 자꾸 제자리걸음처럼 보여도 분명히 아이는 자라고 있다.

내가 그걸 믿고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변화의 순간을 만들어낼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지치고, 불안하고, 속이 상할 때도 있겠지만 아이의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지 않기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일이라는 걸 치카가 오늘 내게 가르쳐주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멜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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