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게이부모로서 아쉬운 점

by Ding 맬번니언

게이로서 부모가 되어 좋은 점은 정말 많다. 아무 게이나 부모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 나보다 가족이 먼저라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다음 달, 오랫동안 꿈꿔온 유럽 여행을 떠난다.


그리스와 영국, 그리고 파리까지.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을 기록할 수 있는 좋은 카메라 DJI Osmo Action 4를 갖고 싶었다. 마침 세일도 하고 있었다. 원래 496불짜리였는데, 298불에 할인 중이었다. DJI 제품치고는 정말 좋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망설였다.

'이게 정말 필요한가?'
'지금 이 돈을 써도 괜찮을까?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니, 결국 세일이 끝나버렸다.
그리고 기회는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이가 갖고 싶어 했던 라부부 인형은 망설임 없이 200불이 넘는 돈을 내고 사주었다. 아이가 원하니까, 아이가 좋아하니까. 나는 늘 그렇게 산다. 내가 갖고 싶은 것보다 아이의 바람을 먼저 생각하고, 나의 욕구는 늘 한 걸음 뒤로 미룬다. 그게 부모라는 거겠지.

이제 유럽 여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8월 말에는 유럽, 11월 말에는 디즈니 크루즈, 그리고 내년 3월에는 몰디브.
나는 이렇게 세 번의 큰 여행을 미리 계획해 두었다. 생각해 보면, 이 여행들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물'.
바다, 수영장, 그리고 물속에서의 웃음들.

그래서 작고 가벼우면서도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방수 카메라가 갖고 싶었다. 추억을 더 선명하게 담아두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또 망설였다. 내가 가지고 싶은 나를 위한 지출은 항상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6월 세일이 끝나고, 아쉽게도 기회를 놓쳤다. 그 뒤로 몇 번을 찾아보고 고민한 끝에 마지막 재고를 갖고 있는 한 곳을 발견했고, 이번엔 놓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드디어 나 자신을 위해 카메라를 구입했다. 늘 아이와 가족을 먼저 생각하느라 내 욕심은 뒤로 미뤄두기 일쑤였는데, 막상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나니 오랜만에 기분이 참 좋았다.


이제 곧 떠날 여행에서 그 카메라로 나의, 그리고 우리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담을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순간들이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이 될 것이다. 아주 가끔은, 자신이 정말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망설임 없이 구입하는 것도 삶에 작은 위로가 된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 하나의 물건이 내 일상에 설렘을 더해주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아껴주게 만든다.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가족을 우선하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뒤로 밀려나기 쉽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나도 괜찮아, 나도 소중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이 작은 지출은, 내가 나를 위해 준비한 작고 조용한 축하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6화라부부보다 더 소중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