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멜버른에 새롭게 오픈한 대형 Pop Mart 매장이 문을 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라부부를 좋아하는 행복이를 떠올리며 아침부터 고민에 빠졌다.
‘줄을 서서 라부부를 더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 전, 우리는 중국에서 주문한 짝퉁 라부부를 받았다.
포장을 뜯는 순간, 행복이의 얼굴에 실망이 그대로 드러났다. 표정도 어딘가 어색하고, 색감도 흐리멍덩한 그것은 아이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혹시나 정품 라부부를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다.
'아이를 위해 이 정도 수고쯤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불안감과 의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 줄 끝에서 정말 라부부를 구입할 수 있을까?’
2시간 가까이 서 있던 어느 순간, 나는 결국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라부부 아직 남아 있나요?”
직원은 미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늘 라부부는 웹사이트 추첨에 당첨된 분들만 구입 가능합니다. 온라인 로또 같은 거였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말없이 매장 문 앞에서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왜 이 고생을 했을까.’
‘정말 단순히 피겨 하나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나는 행복이를 위해 기꺼이 기다리고, 희망했고, 그리고 실망도 함께 나누는 이 과정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게이로서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분명히 행복이 아빠가 아니었다면 시간낭비 돈낭비라고 하지 않을 행동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건, 무언가를 해주고, 갖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그 아이의 감정을 함께 경험해 주는 것이라는 걸.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그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을 함께 걷는 일. 그게 바로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 오늘 나는 라부부를 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대신, 내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았다. 그리고 뜻밖의 정보를 발견했다. 지금 예약하면, 9월에 받을 수 있다는 것. 망설이지 않고 결제를 했다. 이것이 진정한 부모의 마음 같다. 이것은 일반부모와 게이 부모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아이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던 아쉬움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품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은 손에 쥐지 못하지만,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설렘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까.
행복이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9월에 도착할 그날, 정말 갖고 싶었던 진짜 라부부를 건네주며 오늘의 이 마음 기다림과 사랑, 그리고 약속을 조용히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