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아주 조금은, 세상이 두렵지 않다. 나는 세상 겁 많은 게이다. 늘 조심했고, 늘 눈치를 봤다. 그렇게 46년을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늘 조심하면 살았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한국에서 누군가 내 성정체성을 찾아서 가족들에게 내 흉을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면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꺼낼수록, 세상이 나를 삼키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서서히 자라나고 있다. 2년 넘게 매일 글을 쓰는데 아직까지 욕설 댓글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일요일에 발행해야 할 글을 토요일 저녁에 실수로 눌러버렸다. 취소 버튼을 눌렀지만 한번 연재글로 발행된 글은 취소가 되지 않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나 더 써보기로 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고, 그 안에 게이가 있다는 건 실수일까? 내가 글을 잘못 발행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신의 실수가 아니다. 조금 다르게 태어났을 뿐, 결코 잘못 태어난 것도 누군가에 실수도 아니다.
나는 나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다. 우리는 다 다르다. 그렇기에 나와 당신은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사람이다.
https://youtu.be/6fkEIAgDLbU?si=BcZn6vBi8_L59Mel
나는 게이
꿈을 꾸는 게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나는 게이
잠을 자는 게이
잠에 드는 순간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높은 산에 올라가면
나는 초록색 게이
장미꽃 밭 숨어들면
나는 빨간색 게이
횡단보도 건너가면
나는 줄무늬 게이
밤하늘을 날아가면 나는
오색 찬란한
게이가 되는 거야 아아아
야 아아아 아아아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차갑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에에에
야 아아아 아아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
단풍놀이 구경 가면
나는 노란색 게이
커피 한잔 마셔주면
나는 진갈색 게이
주근깨의 꼬마와 놀면
나는 점박이 게이
밤하늘을 날아가면 나는
오색 찬란한
게이가 되는 거야 아아아
야 아아아 아아아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차갑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에에에
야 아아아 아아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야 아아아 아아
야 아아아 아아아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차갑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에에에
야 아아아 아아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
세상에는 실수란 없다. 문어가 꿈을 꾸듯 나는 게이로서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