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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로서의 나 역시 결국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by Ding 맬번니언

나는 인생에서 두 번의 큰 선택을 했다. 하나는 행복이,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강아지 치카다. 행복이는 말 그대로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그저 ‘아이를 꼭 갖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다른 조건이나 상황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매일 크고 있는 행복이와 치카


반면 치카는 달랐다. 이미 대박이랑 한 번의 작별을 경험했기에, 두 번째 선택은 오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마음이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즉흥이든 심사숙고든, 결국 둘 다 힘들다는 것이다. 매일의 돌봄, 책임, 예상치 못한 변수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힘듦 뒤에는 늘 기쁨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로서의 나 역시 결국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의 삶을 버리고, 호주에서 새로운 나를 선택한 것은 심사숙고를 하면서도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그건 단순한 이민이 아니었다.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세상과 나 자신 모두에게 다시 한번 결단을 내린 일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즉흥이든, 심사숙고든, 결국 모든 선택은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듦 뒤에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결코 헛된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게이로서 내 삶을 선택한다. 나는 게이로서 익숙한 한국의 삶을 뒤로하고 아무도 없는 호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두려웠지만, 이제는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과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삶을 선택한다.


그리고 애들레이드의 제이는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이번의 실패와 성공은 그가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계속 도전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의 선택 앞에는 불확실함이 있지만, 그 또한 자신이 지키고 싶은 꿈을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다.


다니엘 형은 최근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수많은 기다림과 고민 끝에 마침내 마음에 꼭 드는 공간을 손에 넣었다. 그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그가 원하는 삶의 방식과 그동안 버텨온 시간의 보상이었다.


이렇게 우리 셋은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지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선택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 선택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그 안에는 분명 각자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와 포기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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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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