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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로 태어나 부모가 되고 나서야 나는 아이를 통해

by Ding 맬번니언

토요일 아침, 행복이는 축구와 농구 두 경기가 예정된 날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행복이는 단단히 마음을 닫은 듯 말했다.

“몸에 통증이 있어서 아무 운동도 못하겠어.”

하지만 우리는 약속을 지키는 걸 배워야 하기에, 경기를 하지 않더라도 참석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복이를 데리고 축구 경기장으로 향했다.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평소처럼 뛰지도 않았고, 눈빛도 흐리멍덩했다. 결국 15분 만에 교체되었고, 아이의 입에서 “못 뛰겠어”라는 말이 나왔다. 그 순간, 경기장의 시선이 아이에게 몰렸다.

행복이는 근육통이 있다고 했지만, 내가 무심코 “발목이 아픈 거야?”라고 묻자 그 말에 올라타듯 갑자기 발목을 절뚝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조용히 아이 곁을 지켰다. 그 상황에서 행복이를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말도, 판단도, 그 순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이는 관람석에서 끝까지 축구를 지켜보았고 나는 치카와 함께 집으로 걸었다. 내가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스티븐과 행복이는 농구장으로 향했다. 뛰지 않더라도 친구들을 응원하는 것, 그것 또한 아이에게 중요한 배움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약속을 지켰다.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나는 경기장에 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행복이는 환한 얼굴로 외쳤다.

“아빠, 나 골 넣었어!”
발목 통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이의 얼굴에는 땀과 웃음이 뒤섞여 있었다. 그 밝은 얼굴을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는 왜 오늘 아침, 갑작스레 근육통을 호소했을까?’

가만히 되짚어보니, 최근 시작한 태권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면서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이 아이의 몸에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낯선 통증에 아이는 당황했고, 그 낯섦이 감정으로 번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조용한 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에 근육통 완화제를 발라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새로운 운동을 하면 몸이 놀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네가 열심히 했다는 증거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로 태어나 부모가 되고 나서야 나는 아이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배워간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진실에 다가간다. 혹시 당신의 아이가 조금 다르게 태어났다면, 무조건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왜’ 그런 상황이 생겼는지부터 함께 배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이는 분명히 자신의 몸에 새로운 변화를 느꼈다. 그리고 부모는 그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천천히 이해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해야 할 진짜 사랑의 시작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한국에 있는 내 가족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했다.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려는 대신, 그들이 정한 틀 안에 나를 끼워 넣으려 했다.

하지만 사랑은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알아가고 함께 성장해 가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를 통해 배운다. 사랑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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